[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5분, 10분 뛰는 백업이 절대 아닙니다."
서울 SK 나이츠는 2017~2018 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이라는 꽃을 피웠다. 하지만 지난 시즌 9위로 마감하며 챔피언으로서의 자존심을 구겼다.
SK를 이끄는 문경은 감독은 이번 시즌 명예 회복을 위해 칼을 갈고 있다. 외국인 선수 구성도 신중에 신중을 기했다. 그 결과 KBL에 첫 선을 보이는 센터 자밀 워니(25)를 영입했고, 애런 헤인즈(38)와 한 시즌 더 함께 하기로 했다.
헤인즈는 이번 계약으로 KBL에서 12번째 시즌을 치르게 됐다. KBL과 SK 농구를 너무나도 잘 이해해 큰 걱정이 없는 카드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위력이 떨어지는 것도 사실. 지난해 받은 무릎 수술 후유증도 남아 있다. 외국인 선수 신장 제한이 철폐되고, 자유 계약 제도가 도입된 상황에서 키는 2m로 크지만 골밑 플레이가 약한 헤인즈를 외국인 선수 첫 번째 옵션으로 사용하는 건 무리수로 보인다. 더군다나 새 시즌부터 외국인 선수는 무조건 1명만 뛸 수 있다.
때문에 워니는 당연한 선택이었다. 2m 키에 체중이 120kg 가까이 나가는 듬직한 빅맨으로, 골밑에서 득점을 만들어내는 능력이 탁월하다. NBA 하부 리그인 G리그 2017~2018 시즌 베스트5와 올해의 센터상을 수상했다. 문 감독은 워니가 20득점-10리바운드 기록을 꾸준히 만들어내주는 것을 기대하고 있다.
문제는 헤인즈의 자존심에 상처를 내지 않는 것이었다. 헤인즈는 KBL에서 뛰는 동안 늘 팀의 에이스 대접을 받았다. 하지만 하루 아침에 외국인 선수 두 번째 옵션으로 떨어진다면 선수 입장에서 사기가 저하된다. 백업으로 역할이 한정될 경우 몸값에도 영향을 미친다.
20일 울산 현대모비스 피버스와의 연습 경기를 앞두고 만난 문 감독은 "헤인즈가 몸값, 자신의 상황 등에 대해 모두 다 받아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문 감독은 이어 "헤인즈도 5분, 10분 뛰는 백업 역할에 대해서는 난색을 표했다. 그렇게 쓸 일은 없을 거라고 말을 해줬다"고 덧붙였다.
문 감독은 타 팀들의 외국인 선수 구성이 마무리 되는 시점에 전력 분석을 해본 결과, 나머지 9개팀 중 절반 정도는 SK보다 높이가 좋거나 비슷하고 나머지 절반은 높이가 떨어지는 것으로 파악했다. 높이가 좋은 팀을 상대할 경우 워니의 출전 시간이 늘어나는 반면, 높이가 낮고 스피드가 좋은 팀을 만날 때는 헤인즈의 출전 시간을 늘리는 등 탄력적인 운영을 하겠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헤인즈가 20분 가량을 소화하는 경기도 많이 나올 수 있다.
문 감독은 "워니가 좋은 선수이지만, KBL에 적응을 잘 할 지는 지켜봐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헤인즈는 좋은 카드다. 워니가 헤멜 때 대안이 될 수 있고, 또 나이 많은 선배로서 워니의 적응에도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감독은 마지막으로 "헤인즈가 있기에 우리 팀이 외국인 선수 전력으로는 상위권에 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SK의 외국인 선수들은 21일 입국해 동료들과 손발 맞추기를 시작한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