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 '각성 모드'도 오래가지 못했다.
KIA 타이거즈 외국인 투수 제이콥 터너가 또다시 난타를 당하며 우려를 샀다. 터너는 20일 잠실구장에서 벌어진 LG 트윈스와의 원정경기에 선발등판해 2⅓이닝 동안 7안타와 4사구 5개를 내주는 극도의 부진을 나타냈다. KIA 벤치는 0-8로 뒤진 3회말 터너가 잇달아 안타와 볼넷을 내주며 흔들리자 더는 참지 않고 교체했다.
터너는 최근 호투하며 실낱같은 포스트시즌 희망을 품고 있는 KIA 벤치에 신뢰를 줬다. 지난 8일 한화 이글스전에서 5이닝 2실점으로 잘 던진데 이어 지난 14일 두산 베어스를 상대로는 7이닝 5안타 1실점(비자책)의 눈부신 피칭을 펼치기도 했다. 후반기 들어 박흥식 감독대행이 "용병 투수들은 이제 못하면 2군으로 보내고, 국내 젊은 투수들에게 기회를 줄 것"이라며 경고성 메시지를 던진 터였다. 외인 투수들의 각성을 촉구한 것인데, 이에 맞춰 터너가 2경기 연속 안정감 넘치는 투구를 한 것이다.
그러나 6일 만에 등판한 이날 LG전에서는 또다시 집중력 부족과 제구력 난조를 드러내며 초반 붕괴되고 말았다. 터너는 올시즌 LG를 상대로 4번째 등판서도 난타를 당하며 또다시 '쌍둥이 공포증'에 시달려야 했다. 앞서 LG 상대 3경기에서는 2패, 평균자책점 11.93을 기록중이었다. 이제 LG전 평균자책점은 14.04로 치솟았다.
투구수는 79개였고, 삼진은 3개를 잡아냈다. 시즌 평균자책점은 5.17에서 5.57로 나빠졌다. 1회말부터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선두 이천웅에게 빗맞은 포수 앞 안타를 허용해 운조차 따르지 않았다. 이어 오지환에게 중전안타를 내준 터너는 계속된 무사 2,3루서 이형종에게 좌전적시타를 맞고 2실점했다. 김현수에게 우전안타를 내줘 무사 1,3루에 몰린 뒤 채은성을 유격수 땅볼로 처리하면서 추가 1실점했다.
2회에는 더욱 좋지 않았다. 선두 유강남을 볼넷으로 내보낸 뒤 정주현의 유격수 야수선택 출루로 무사 1,2루가 됐다. 이천웅을 1루수 땅볼로 유도했지만, 1루수 유민상이 2루로 던진 게 악송구가 돼 유강남이 홈을 밟았고, 무사 2,3루로 위기가 이어졌다. 계속해서 오지환에게 2타점 좌월 2루타, 이형종에게 우중간 적시타를 얻어맞아 0-7로 점수차가 벌어졌다. 터너는 계속된 1사 만루서 카를로스 페게로와 김민성을 잡고 겨우 이닝을 마쳤다.
결국 3회를 버티지 못했다. 1사후 정주현에게 볼넷을 허용한 뒤 이천웅을 사구로 내보낸 터너는 오지환에게 중전적시타를 얻어맞고 8점째를 줬고, 이형종에게 볼넷을 허용한 뒤 좌완 이준영으로 교체됐다.
이날 경기전 박 대행은 "롱릴리프 이민우는 나중에 상황을 봐서 선발로 한 번 내보낼 것이다. (순위싸움의)부담이 없을 때 선발진 상황을 보겠다"면서 "터너가 지난 번에는 잘 던졌다. 굉장히 예민한 부분이 많은 투수"라고 했다. 터너에게 선발 기회가 더 주어질 지는 미지수다. 잠실=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