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양희종(안양 KGC)을 선택한 이유, 코트 위에서 증명이 됐다.
한국 남자농구 대표팀은 2019 FIBA 농구 월드컵 B조 조별리그에서 2연패를 당했다. 세계랭킹 5위의 강호 아르헨티나에 대패한 뒤, 2일 열렸던 러시아와의 2차전에서도 73대87로 졌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밀렸기에, 어려운 경기를 할 것으로 예상됐다. 결과는 패배였지만, 한국 선수들은 아르헨티나전과 비교해 확 달라진 모습으로 훨씬 좋은 플레이를 선보였다. 전반 종료 스코어가 37-40. 전반까지 대등한 플레이를 하며 농구팬들의 식었던 기대를 다시 살렸다.
엔트리가 바뀐 것도 아니고, 전술적으로 대단히 달라진 것도 없었다. 전반 대등한 싸움을 할 수 있었던 요인은 딱 하나. 수비였다. 1쿼터부터 10점 차이로 밀리던 한국은 1쿼터 후반부터 강력한 압박 수비를 펼쳤다. 파울이 불리더라도 악착같이 상대를 따라다니자, 러시아 조직력에 균열이 가해지기 시작했다. 수비가 되자, 공격은 자연스럽게 풀렸다. 특히, 장신의 러시아 선수들이 김선형(서울 SK) 이대성(울산 현대모비스)의 빠른 발에 전혀 대처를 하지 못했다.
사실 경기 흐름이 바뀔 수 있었던 데는 중요한 포인트가 하나 있었다. 바로 양희종의 수비였다. 양희종은 경기가 풀리지 않던 1쿼터 중반 이대성과 함께 투입됐다. 지난 아르헨티나전에서는 1초도 뛰지 않았었다. 일각에서는 '왜 뛰지도 않을 선수를 뽑았느냐'는 지적이 나왔다. 막상 세계적인 팀들과 붙어보니, 슈팅력이 있고 키가 큰 안영준(서울 SK)양홍석(부산 KT) 송교창(전주 KCC) 등이 양희종 자리에 뽑혔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양희종은 30대 후반 노장이 될 때까지 국가대표팀에서 수비 하나로 인정을 받았던 선수. 나이는 들었지만, 경기를 읽는 눈과 특유의 파이팅은 여전했다. 양희종은 1쿼터부터 2쿼터 중반까지 약 10분여를 뛰며 수비의 중심을 잡아줬다. 자신보다 키가 큰 니키타 쿠르바노프가 집요하게 1대1 공격을 시도해도 혼신의 힘을 다해 막아냈다. 장신 숲을 뚫고 2개의 리바운드를 따냈고, 상대 패스길을 차단하며 속공을 이끌기도 했다. 스위치 디펜스도 원활하게 이뤄져 상대의 스크린-외곽슛 공격이 차단됐다. 밖으로 나가는 공을 살리기 위해 몸을 던지는 허슬플레이도 마다하지 않았다.
팀 최고참이 이를 악물고 몸을 던지자 다른 선수들도 한 발 더 뛰고, 잠잠하던 벤치 분위기도 살아나기 시작했다. 농구는 분위기와 흐름의 스포츠. 그렇게 자신감을 얻은 김선형과 이대성이 공-수에서 맹활약하기 시작했다. 김선형과 이대성이 앞선 가드들을 타이트하게 물고 늘어지자 상대 실책이 나왔고, 우리가 자랑하는 속공 농구가 살아나기 시작했다. 수비로 인해 상대 발이 느리다는 걸 확인한 두 사람은, 공격에서도 그 약점을 노리고 과감한 돌파를 시도했다.
양희종은 이후 다시 코트를 밟지 못했다. 양희종이 빠지자 후반 수비에서 다시 균열이 생겼다. 하지만 공격력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김상식 감독의 판단도 존종해야 했다. 선수 개인 입장에서 아쉬울 수도 있었지만, 경기 끝까지 벤치에서 후배들을 독려했다.
졌지만 충분히 잘싸운 경기. 이 경기의 MVP는 17득점을 기록한 이대성이었다. 김선형도 잘했다. 하지만 그 뒤에는 양희종의 보이지 않는 공헌이 숨어있었다. 한국은 인상적이었던 전반 플레이로 마지막 나이지리아전에 대한 희망을 살릴 수 있게 됐다. 한국이 자랑하는 속공, 3점슛을 보여주려면 그 밑바탕에는 강력한 수비가 있어야 한다. 기본이 중요하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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