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절반의 성공 속에 얻은 과제는 분명하다.
프리미어12 준우승을 기록한 김경문호의 눈은 이제 2020 도쿄올림픽을 향하고 있다. 올림픽 본선 출전권 획득이라는 1차 과제를 풀었지만, '숙적' 일본에 연패를 당했고, '한 수 아래'로 여겼던 대만에 영봉패를 당하는 등 상처도 깊었다. 이번 대회 예선-슈퍼라운드에서 얻은 5승보다 3패가 그만큼 아팠다.
이번 프리미어12를 통해 한국 야구는 세계와의 격차가 확연히 줄었음을 체감했다. 예선 라운드에서 호주, 캐나다, 쿠바를 차례로 꺾었지만, 압도적인 경기력과는 거리가 멀었다. 슈퍼라운드에서도 멕시코에 4회까지 단 1안타로 묶이면서 선제 투런포까지 얻어맞는 등 패배 위기에 내몰리기도 했다. 내년 도쿄올림픽에서 개최국 프리미엄을 등에 업는 일본은 차치하더라도, 나머지 출전국을 상대로 과연 메달권에 진입할 만한 실력과 결과를 보여줄 수 있느냐에 대한 걱정을 떠올릴 만했다. 한국, 일본과 함께 일찌감치 본선행을 확정 지은 이스라엘, 멕시코와 더불어 내년 2월과 4월 각각 열릴 미주예선, 최종예선을 통과하는 팀들에 대한 철저한 전력 분석이 필요하다.
새판짜기도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김 감독은 도쿄올림픽 본선을 준비하면서 프리미어12 최종 명단을 기준점으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시즌이 종료된 시점에서 모인 프리미어12와 달리 시즌이 진행 중인 상태에서 모일 도쿄올림픽 본선 준비를 비슷한 방향에서 보기는 무리가 있다. 한창 시즌이 진행 중인 시점에서의 선발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통산 기록, 대표팀 경험만큼 해당 시기에 각 팀에서 최고의 페이스를 보이는 선수들을 중점적으로 선발하는 방법을 고려하는 자세도 필요해 보인다.
선수들의 각성도 빼놓을 수 없다. 모든 선수가 대표팀에서의 헌신을 노래했지만, 정작 그라운드 안에서의 풍경은 이런 다짐과 거리가 멀었다. 어설픈 수비와 맥없는 타격은 상대의 철저한 준비만으로 덮을 수 있는 성격의 것들이 아니었다. 로진백 교체, 스트라이크존 이슈 등 갖가지 논란 역시 이를 뛰어넘는 경기력으로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한 이상 '핑계'에 불과할 뿐이다. 수 십억 원의 몸값, 스타 대접 등 안방에서 받는 대우를 국제무대에서도 증명할 수 있는 모습을 보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더는 한국 야구가 '우물 안 개구리'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선 구성원 스스로 위기의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
4년 전 안방에서 한국 야구에 막혀 눈물을 흘렸던 일본은 당시 패배에서 얻은 교훈을 잊지 않았다. 철저한 준비 끝에 두 경기 모두 '완승'에 가까운 결과물을 얻었다. 비록 프리미어12 2연패의 성과를 얻지 못했지만, 김경문호는 도쿄올림픽 본선에서 일본에 다시 설욕할 기회가 있다. 쓰라린 패배에서 얻은 교훈을 잊지 않고 준비한다면 분명히 다시 웃을 기회는 분명히 온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