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린드블럼이 잘 돼서 좋아요. 저랑 같이 해서 좋은 성적냈고, 좋은 대우 받으면서 가는 거니까. 이제 새로운 선수들이랑 빨리 친해져야죠"
두산 베어스 박세혁의 얼굴은 시즌때보다 검게 그을러 있었다. 시즌이 끝나고 더 바쁜 휴식기였다. 한국시리즈 우승의 달콤함을 맛 볼 틈도 없이 곧바로 '프리미어12' 대표팀에 출전했고, 짧은 휴식 후 개인 훈련을 위해 괌으로 건너갔다.
올해도 특별한 파트너가 박세혁과 함께 했다. 일본프로야구(NPB)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레전드 포수 출신 아베 신노스케 2군 감독이다. 두사람의 인연은 작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조인성 배터리코치 등 아베와 친분이 있던 관계자들이 새롭게 주전 기회를 얻게 된 박세혁을 연결시켜줬다. 작년에도 아베와 시즌 준비 개인 훈련을 괌에서 함께 했고, 올해도 마찬가지였다.
국경과 나이, 경력을 뛰어넘은 우정이다. 지난해 괌 개인 훈련 후 오키나와에서도 요미우리 훈련장을 찾아가 아베를 만났고, 시즌 중에도 종종 개인 메신저로 연락을 해왔던 두사람이다. 아베가 지난 시즌이 끝나고 현역 은퇴 후 2군 감독이 됐지만, 괌에서 다시 만났다. 지도자가 된 아베 감독은 육성에 대한 고민 겸 휴식을 취하면서 개인 훈련을 하는 박세혁을 도와줬다.
박세혁은 "작년과 비교해 서로 위치가 많이 달라졌어요. 작년에는 같이 (훈련)하는 느낌이었는데, 이제는 아베 감독님이 돼서 육성을 어떻게 할지 고민하시더라고요. 그래도 제가 개인 훈련을 할때 조언을 많이 해주셨어요"라고 괌 훈련을 돌아봤다.
최근 박세혁이 가장 생각이 많은 부분은 새 외국인 투수들이다. 지난해까지 조쉬 린드블럼, 세스 후랭코프와 호흡을 맞췄지만 둘 다 팀을 떠났고, 크리스 프렉센, 라울 알칸타라와 새 시즌 배터리를 이뤄야 한다. 박세혁은 "새로 온 외국인 투수들에게 어떻게 해야할지 많이 물어봤어요. 외국인 선수에게는 무조건 포수가 먼저 다가가야 한다고 조언하더라고요. 어느 나라나 똑같은 것 같아요. 캠프 가서 프렉센, 알칸타라와 이야기를 굉장히 많이 나눌 생각이에요. 외국인 선수들은 어쩔 수 없이 외롭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당연히 제가 먼저 다가가서 이야기도 많이하고 친해질 생각입니다"라며 미소지었다.
아무나 가질 수 없는 기회다. 아베 감독은 요미우리에서 오래 함께 뛴 후배들도 선뜻 다가가지 못하는 존재다. 그만큼 구단 내 입지나 스타성, 커리어 모든 것을 갖춘 선수다. 박세혁도 좋은 '멘토'가 생긴 것에 기뻐하고 있다. 그는 "국적은 달라도 솔직히 말해서 야구는 다 똑같아요. 야구계 선배고 같은 것을 공유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서 힘이 많이 됩니다"라고 했다.
유독 친하게 지냈던 린드블럼과의 작별은 아쉬웠다. 린드블럼이 메이저리그 밀워키 브루어스와 계약을 마친 후 한국을 떠나기 전 함께 밥을 먹으며 작별 인사를 했다. "왜 가냐고 물어봤어요. 그래도 프로라면 당연히 자기 가치를 인정받고 싶고, 더 큰 무대를 원하는 거니까. 축하 많이 해줬습니다. 저랑 호흡 맞추고 20승도 기록하고 좋은 계약을 하게 돼서 제가 더 기쁘더라고요."
박세혁은 2019년을 "은퇴할 때까지 잊을 수 없는 한 해"라고 돌아봤다. 첫 풀타임 주전을 치렀고, 팀이 통합 우승을 차지했으며 가슴에 태극마크도 달았다. 박세혁은 "도루 저지나 수비, 블로킹에서 미숙한 점이 있어서 그 부분을 이번에 보완할 예정이에요. 공격도 마찬가지로 6~7월에 체력이 떨어지면서 페이스가 떨어졌기 때문에 그때 느꼈던 것들을 적어둔 메모들이 있는데 그걸 보면서 연습할 생각입니다. 다시 새로운 시즌이 시작됐으니까요. 팀의 2년 연속 우승이 최종 목표입니다"라고 다부지게 각오를 다졌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