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신입생 스티븐 베르바인(23)의 데뷔전 데뷔골과 손흥민(27)의 쐐기골로 축약되는 주말 토트넘 홋스퍼-맨시티전에서 조제 무리뉴 토트넘 감독(57)의 '표정 연기'는 단연 압권이었다. 팬들은 '연기대상감'이라고 했다.
무리뉴 감독은 3일(한국시각)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맨시티와의 2019~2020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25라운드에서 메신저의 이모티콘을 연상케 하는 다양한 표정을 선보였다. 경기 전 긴장한 표정으로 허수아비처럼 서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같은 포르투갈 출신인 맨시티 미드필더 베르나르두 실바가 가까이 다가와도 꿈쩍도 하지 않았다. 실바는 옆에 있는 토트넘 코치와 인사한 뒤 돌아갔다. 경기장 위에서 무표정으로 '라이벌' 펩 과르디올라 맨시티 감독(49)과 악수를 나눈 그의 '쇼'는 전반 12분 시작됐다. 상대팀 공격수 라힘 스털링이 토트넘 미드필더 델레 알리의 발목을 밟는 파울을 범했을 때다. 비디오 판독 시스템(VAR)이 '퇴장 아님'을 선언하자 대기심을 향해 불같이 화를 냈다. 대기심을 향해서는 똑바로 보라는 의미에서 안경 제스처를 '시전'했다.
전반 중후반 상황에선 조금 다른 표정을 지었다. 35분 58초께 맨시티 공격수 세르히오 아구에로가 토트넘 박스 안에서 넘어졌다. 토트넘 측면 수비수 서지 오리에의 다리에 걸린 듯 보였지만, 주심은 그대로 경기를 속행했다. 그런데 대략 2분이나 지난 뒤 주심은 VAR 심판진의 이야기를 듣더니 그대로 페널티를 선언했다. 무리뉴 감독은 감독석으로 돌아가 비스듬히 앉은 채 피식 웃었다. '기가 차서 웃음이 다 나온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는 행동이다. 일카이 귄도간의 페널티를 위고 요리스가 막아내면서 실점 위기를 벗어난 뒤에는 경기장을 향해 고함을 질렀다. 중계화면에 잡힌 무리뉴 감독의 표정은 시시각각 변했다.
후반 18분 베르바인의 깜짝 선제골에 두 주먹을 불끈 쥔 무리뉴 감독은 8분 뒤 추가골을 넣고 벤치 앞에서 세리머니를 하는 손흥민에게 달려갔다. 같이 골 뒷풀이를 할 줄 알았는데, 다급하게 손흥민의 등을 두드리더니 전술 지시를 내렸다. 남은 20분여분 동안 2대0 스코어를 지키기 위해서였다. 후반 추가시간 4분 다빈손 산체스의 헤딩 클리어링이 자기편 골대에 맞고 나오는 가슴 철렁한 장면이 있었다. 카메라는 '오늘의 주인공' 무리뉴 감독을 여지없이 잡았다. 무리뉴 감독은 전반 페널티 상황과 비슷한 자세로 웃고 있었다. 다만 이번에 느껴진 감정은 추정컨대 '천만다행'일 것이다.
토트넘은, 일부 전문가가 "승리를 당했다"고 평가할 정도로 경기 내용은 좋지 않았다. 하지만 마지막 무리뉴의 표정에서 드러나듯 토트넘은 뭘 해도 되는 날, 맨시티는 뭘 해도 되지 않는 날이었다. 자신을 스스로 '스페셜 원'(특별한 사람)이라고 칭한 무리뉴 감독은 이날 만큼은 '해피 원'(행복한 사람)이었다. 최근에 웃을 일이 많지 않던 토트넘 팬들도 모처럼 해맑게 웃었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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