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휴스턴 애스트로스의 '사인 훔치기'는 메이저리그(ML) 내에서는 공공연한 비밀(open secret)이었다."
'휴스턴이 사인을 훔친다'는 사실이 이미 야구계 내부에 익히 알려져있었다는 폭로가 등장했다.
미국 유력 일간지 워싱턴포스트는 12일(한국시간) 익명의 목격자 여러 명의 입을 빌려 '휴스턴의 사인 훔치기에 대한 신고는 지난 3~4년 동안 계속됐다. ML 10∼12개 구단이 사무국에 항의했다'고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휴스턴의 '사인 훔치기'가 시작된 것은 2017년이 아니라 최소 2016년, 혹은 그 이전부터다. 또한 2019년에도 계속됐다. 피해자인 아메리칸리그(AL)의 구단 관계자는 '휴스턴이 우리 팀 투수들을 해부하듯 들여다보는 느낌이었다'고 표현했다. '속수무책이었다', '그들과 싸우는 것이 정상적인 것처럼 보고하는 일이 괴로웠다', '전력분석팀은 회의 도중 반칙(cheating)을 어떻게 이기냐며 좌절하기도 했다' 등의 증언이 쏟아졌다.
하지만 ML 사무국은 '내부고발자' 마이크 파이어스의 증언이 나오기 전까지 이를 은폐하고자 했다. 2017년 AL MVP에 빛나는 호세 알투베를 비롯한 휴스턴 선수들이 파이어스에 대해 증오심을 가질만도 하다.
2019년 월드시리즈를 앞두고 있던 워싱턴 내셔널스에는 사인 훔치기를 주의하라는 경고가 쏟아졌다. 특히 2017년 월드시리즈에서 휴스턴에 패한 LA 다저스 선수들은 '옛 동료' 브라이언 도저에게 직접적인 경고도 날렸다. 일부 관계자는 휴스턴의 A.J.힌치 감독에게 직접 질의하기도 했다. 당시 힌치 감독은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웃어넘겼다.
데이브 마르티네스 감독은 사인 훔치기의 주역 중 한 명인 알렉스 코라 전 보스턴 레드삭스 감독과의 대화에서 이를 눈치챘고, 맥스 슈어저는 휴스턴 출신 투수 토니 십으로부터 '누상에 주자가 없어도 사인 훔치기를 경계해야한다'는 경고를 받았다, 휴스턴은 중앙 펜스 뒤에 설치한 카메라로 포수의 사인을 포착, 실시간 해독했기 때문.
이 때문에 워싱턴은 투수들의 사인 조합을 다양화했다. 투수들은 모자 챙, 포수들은 손목 밴드에 모든 사인을 표시했다. 주자의 위치와 상관없이 복잡한 사인을 쏟아냈다. 이렇게 휴스턴의 사인 훔치기를 저지한 워싱턴은 2019년 월드 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두 팀은 오는 24일 ML 2020시즌 시범경기 개막전을 치른다. 평소 같으면 직전 시즌 월드시리즈 파트너 간의 대결이겠지만, 이젠 사인을 훔치는 악당과 그에 맞선 정의의 사도간 대결 구도가 됐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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