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연출가 한태숙의 신작 '대신 목자'(한태숙 작, 연출)가 오는 3월 6일부터 3월 15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 오른다.
2019 창작산실 올해의 신작으로 선정된 '대신 목자'는 '서안화차', '엘렉트라', '레이디 맥베스', '세일즈맨의 죽음' 등 굵직한 작품들을 선보여온 한태숙 연출이 '서안화차' 이후 오랜만에 직접 쓰고 연출을 맡은 작품이다.
'대신 목자'는 외면적으로는 아이를 해치고 동물원을 탈출한 늑대와 그 늑대를 돌봐온 사육사, 그리고 늑대 탈출 사건을 조사하는 수사관의 이야기를 그린다. 이를 통해 인간이 애착하는 것을 잃었을 때의 상실감과 죄의식, 나아가 버려서는 안 될 것을 버린 것에 대한 동조와 자책의 심리를 보여준다. 또 주변 모든 것은 우릴 위해 존재한다는 인간 이기심의 이중적 잣대를 적나라하게 폭로하며, 우리가 버린 것들에 대한 진정한 사죄의 의미를 되짚는다.
'대신 목자'는 한태숙 연출가의 몇 가지 경험에 토대를 둔다. 시작은 길고양이 한 마리였다. 자주 마주치던 그 고양이는 애처롭게 울었지만 동물을 키울 형편이 되지 않아 포기할 수밖에 없었고, 갑자기 사라진 며칠 후 아파트 쓰레기 함에 버려져 있었다고 한다. 또 관람객도 거의 없는 동물원에서 마주한 늑대도 영감을 주었다. 늑대가 우리 안에서 우리 밖을 서성이는 사람들을 쳐다보는데, "문이 활짝 열린다 해도 왠지 늑대들이 탈출할 것 같지는 않았다"고 한다.
한태숙 연출은 "동물원에 있는 그들은 원시성은 고사하고 동물원 말고 다른 세계가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할 것"이라며 "나도 어쩔 수 없는 외로운 동물이라는 자각을 하게 해 주었던 동물들을 생각하며 '대신 목자'를 썼다"고 밝혔다.
캐스팅이 탄탄하다. '에쿠우스', '이방인', '맨 끝줄 소년'으로 잇따라 호평을 받으며 연기의 스펙트럼을 넓히고 있는 배우 전박찬과 무대와 스크린을 종횡무진하며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이는 배우 서이숙, 그리고 손진환, 김은석, 성여진, 김도완, 유승락, 박수진 등이 함께 해 강렬하면서도 섬세한 무대를 구축한다.
김형중 기자 telos21@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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