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제가 크리스탈팰리스에서 경기에 못나갈 때부터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주셨다. 그땐 유럽에 미련이 있어서 정중히 거절을 했다. 이번에 팀을 결정하는 데는 그런 고마움이 자리잡고 있었다."
지난 5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울산 현대 입단 기자회견에서 '블루드래곤' 이청용이 스스로 밝힌 울산 이적의 이유다. 선택의 이유가 '돈'보다 '마음'이었다는 대리인의 전언대로였다.
기성용의 K리그 복귀가 무산되며 '이청용 역시 쉽지 않겠다'는 우려가 있었다. 6월 보훔과의 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그러나 신뢰속에 진행된 이청용 이적 과정은 일사천리였다. 이적설 첫 보도 후 계약서에 도장을 찍을 때까지 '48시간'이면 족했다. 보훔이 이청용의 이적 동의 의사를 밝힌 지 불과 일주일만에 울산 이적이 성사됐다. 빠른 선수들이 유독 많아 '육상부'로 회자되는 울산답게 프런트의 업무처리 속도도 빨랐다. 모든 과정이 군더더기없이 깔끔했다. 이례적인 '속전속결 이적'이라는 감탄에 김도훈 울산 감독은 "2~3년을 기다렸는데…, 되려니 일주일만에 되네요"라며 허허 웃었다.
김 감독은 "인천 유나이티드 시절부터 이청용을 눈독 들여왔다"고 했다. 시민구단의 녹록지 못한 형편에도 이청용측에 과감한 오퍼를 넣었고, 2017년 울산 사령탑이 된 후에도 김 감독은 이청용을 한결같이 원했다. 울산엔 김 감독과 손발이 척척 맞는 '일 잘하는 전력강화부'가 있다. '베테랑' 전성우 부장을 비롯해 감독이 원하는 선수는 틀림없이 데려다놓고야 마는 능력자들이다.
무엇보다 신속한 의사결정의 정점엔 '홍보 전문' 김광국 울산 단장이 있다. 대표이사를 겸한 결정권자인 데다, 의사결정 과정이 단순하고 명쾌하다. 'K리그 복귀설'이 불거진 이튿날인 2일 김 단장이 홍보팀에 내린 지침은 "지금 현상황 그대로 숨김없이 정확히 전달하라"였다. 김 단장 스스로 인터뷰를 통해 "현재 보훔과 협상중이다. 이청용이 울산의 마지막 퍼즐이 되길 바란다"며 이적 상황을 가감없이 전했다. 구단이 언론에 선제적으로 '오피셜' 정보를 제공한 덕분에 이적 과정에서 'K리그에 정통한 관계자'에 의해 확대 재생산되는 '~카더라'는 일절 없었다. 이청용 역시 울산행 결심 후 좌고우면하지 않았다. 플레이스타일처럼 깔끔했다. '모르쇠'나 '시간 끌기', 뭉개는 일 없이 계획대로 모든 일이 착착 추진됐다.
지난달 27일 보훔 구단이 계약기간이 3개월 남은 이청용의 이적을 허락했고, 즉각 이적료 협상에 나선 울산은 28일 구두 합의를 끝냈다. 관련 서류를 검토해, 보훔에 1일 이적합의서를 발송했다. 같은 시각 독일의 이청용은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2일 이청용이 극비리에 귀국했고, 이날 밤 보훔측의 이적합의서가 도착하며 구단간 절차는 마무리됐다. 3일 울산에 내려온 이청용은 오후 2시 메디컬테스트 후 3년 계약-팀내 최고대우 계약서에 사인했고, 오후 3시경 울산 홍보팀이 일주일전 답사를 마친 '대왕암' '태화강'에서 울산 유니폼을 입고 소위 '옷피셜'을 찍었다. 이날 오후 4시20분 '이젠 울산의 푸른용, 이청용 영입' 구단 공식 오피셜 보도자료가 나왔다. 코로나19 확산 속 '유튜브 기자회견'도 검토했으나, 울산은 이청용의 복귀를 반길 K리그 팬들을 위한 정공법을 택했다. 5일 오후 4시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이청용 기자회견엔 '코로나 정국'에서 한껏 웅크리고 있던 수백 명의 취재진이 몰렸다. 전원에 대한 마스크, 소독제, 발열검사, 신분 검사도 철저하게 이뤄졌다.
조현우 이적 기자회견 직후 "이청용 영입을 위하여!"를 한목소리로 외쳤던 울산의 꿈이 이뤄졌다. 지난해 전북에 역전 우승을 내주고 눈물 쏟았던 울산 팬들의 어깨가 다시 한껏 올라갔다. '코로나19' 난리통에 K리그 개막 일정도 나오지 않았는데 이청용의 '72번' 유니폼 구입 요청이 벌써부터 쇄도하고 있다. 이적 하룻만에 300장의 주문이 밀려들어 재주문에 들어갔다.
"리그가 빨리 개막해 이 분위기를 쭉 이어가야 하는데…." 못내 안타까워하던 김광국 울산 단장이 이내 "그때까지 팬들과 소통할 또다른 방법들을 계속 찾아내야죠"라며 눈을 빛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협상부터 기자회견까지' 울산 현대, '7일 완성' 이청용 영입일지
▶2월27일(목)=보훔측 이청용 이적 허용 의사, 울산과 이적료 협상.
▶2월28(금)~29일(토)=울산, 보훔측과 이적료 구두 합의. 관련 서류정리 및 법적 검토 작업/홍보팀, 태화강-대왕암 등 오피셜 사진촬영 장소 답사
▶3월1일(일)=울산, 보훔에 이적합의서 발송/ '보훔, 이청용 FA로 풀어준다' 보도, K리그 컴백, 울산 이적설 봇물.
▶3월2일(월)=김광국 울산 단장 "보훔과 협상중, FA 아닌 이적"/같은 시각 이청용 극비리 귀국/이날 밤 보훔 구단, 이적동의서 울산 도착
▶3월3일(화)=이청용 서울→울산 이동/오후 2시 메디컬테스트 후 계약서 사인(3년-구단 최고조건)/오후 3시 대왕암, 태화강 옷피셜 사진촬영/오후 4시 23분 "이젠 울산의 푸른 용, 이청용 영입" 구단 공식 오피셜 발표
▶3월5일(수)=오후 4시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 공식 기자회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