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올해 목표는 '긴' 가을야구다. 코로나19로 힘들어하는 팬들께 우리가 힘을 드릴 차례다."
화려했던 커리어에 '쓴맛'을 봤다. 오랫동안 사랑받는데 익숙했는데, 1년 내내 눈총에 시달렸다. 그 사이 나락으로 떨어졌던 한화 이글스를 끌어올려야한다. 김태균(38)과 이용규(35) 얘기다.
새로운 시즌을 맞이하는 이용규와 김태균의 역할은 분명하다. 이용규는 주장이자 톱타자로서 팀을 앞에서 끌고, 길을 열어야한다. 중심타선에 나설 김태균은 꾸준한 출루와 더불어 승부를 결정짓는 한 방을 보여줘야한다.
2019년은 팀의 간판 스타로 활약해온 두 선수 모두에게 괴로운 한 해였다. 이용규는 FA 재계약 첫 해였던 지난해 개막 직전 '이적 파동'이 불거지며 팀을 떠나야했다. 반년 동안 한화를 떠나 반성의 시간을 보냈다. 무너지는 팀을 보면서도 아무것도 할수 없었다. 시즌 막판 징계가 해제돼 마무리캠프에 참여하기 전까지, 훈련조차 참여하지 못했다. 30대 중반으로 접어든 나이에 불안감도 커졌다.
'최고참' 김태균도 부진에 시달렸다. 14년 연속 두자릿수 홈런과 4할 장타율 행진이 끊겼다. 출루율(0.382)은 통산 3번째, 장타율(0.395)은 2번째로 낮았다. 제라드 호잉에 밀려난 4번타자 자리도 되찾지 못했다. 불과 3년전 144경기에서 타율 3할6푼5리 23홈런 136타점을 기록한 KBO 간판 타자의 면모는 찾을 수 없었다. 커리어 로우인 홈런 6개는 조롱의 대상이 됐다.
간판 스타의 공백과 부진은 그대로 팀에 전달됐다. 2018년 정규리그 3위를 차지하며 11년의 가을야구를 누렸던 영광은 온데간데 없었다. 한화는 58승86패, 승률 4할(.403)을 간신히 넘기는데 그쳤다. 팀 타율 9위, 팀 홈런과 안타 8위, 선발투수 평균자책점, 퀄리티스타트 9위, 구원투수 평균자책점 10위, 블론세이브 1위 등의 기록이 고난으로 가득했던 지난해를 보여준다.
김태균과 이용규는 첫 FA 계약 당시 각각 84억원, 67억원을 받았던 스타 플레이어들이다. 하지만 김태균은 지난 겨울 새로운 FA 협상에서 연봉 5억원, 1년 계약을 맺었다. 오랜 부진을 씻고 팀의 중심이자 홈런타자로서의 면모를 보여주기 위한 채찍질이자 와신상담이다. 이용규도 주장으로 선출되며 새 시즌에 임하는 어깨가 한층 더 무거워졌다. '노쇠화'를 걱정하는 팬들의 목소리에 답해야할 때다.
올시즌 한화의 목표는 자타공인 '가을야구'다. 김태균은 오랜만에 잔부상 없이 맞이하는 개막이다. 김태균은 "새로운 도전을 하는 해다. 팀을 먼저 생각하고 헌신하겠다. 김태균이 한화에 필요한 선수임을 보여드리겠다. 코로나19로 힘든 팬들에게 이젠 우리가 힘을 드릴 "라는 속내에 간절함이 묻어난다.
한결 성숙해진 이용규의 소감도 남다르다. '더 높은 곳을 바라보는 도전정신'을 강조했다. 이용규는 "올시즌 팬들을 기쁘게 해드리고 싶다. 한발 더 뛰고, 전력질주하겠다. '긴 가을야구'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용규는 KIA 시절 리그 최하위(2005, 2007년 8위)의 암흑기부터 한국시리즈 우승(2009년)까지 두루 경험한 선수다. "'올해 이용규가 정말 잘했다'는 말이 듣고 싶다"는 말에 담긴 진심이 절절한 이유다.
한용덕 감독은 "투수진이 보강되면서 선발투수들이 한층 성장했다. 불펜도 좋은 경기력을 보여줄 것이다. 야수진 또한 이용규와 하주석이 돌아오면서 경쟁이 심화됐고, 뎁스가 보강되면서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선발과 수비, 타선이 서로의 짐을 덜어주는 유기적인 야구를 하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이날 한화 선수단은 37일간의 미국 애리조나 전지훈련을 마치고 10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오는 12일부터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훈련에 돌입한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