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한화 이글스 투수들의 3월은 평소보다 더욱 치열했다. 한용덕 감독이 선발 로테이션을 확정짓기보다 적극적인 경쟁을 원했기 때문이다. 3월 한달간 계속된 연습경기와 청백전 결과 선발진의 윤곽이 어느 정도 드러나고 있다.
하지만 장시환(33)은 이런 분위기에서 한 발짝 떨어져있다. 한용덕 감독이 지난해 11월 트레이드로 영입한 직후부터 토종 에이스, 3선발로 점찍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화는 선발과 불펜의 동반 부진 속 추락을 경험했다. 장시환 영입은 한화 마운드 새 출발을 위한 첫 단추였다. 지난해 6승13패 125⅓이닝 평균자책점 4.95라는 기록 자체는 특별하지 않지만, 서른셋의 나이에도 '성장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 어울리는 투수다.
150㎞를 넘나드는 힘있는 직구 외에도 명품으로 꼽히는 커브, 날카로운 슬라이더와 포크볼까지 다양한 구종을 지니고 있다. 관계자들이 입을 모아 "풀시즌 선발을 잘 치룬 만큼 내년에는 더 잘할 것"이라고 호평할 만큼, 좋은 투수가 될 조건이 차고 넘친다. 적어도 장시환에게 한화 코칭스태프가 기대를 거는 이유는 분명하다. LA 다저스와의 연습경기에서 펼친 4이닝 4삼진 무실점 호투는 그 백미였다.
장시환은 귀국 이후 두 차례 청백전 선발로 출전했다. 23일에는 3이닝 2실점 6피안타 1볼넷 4삼진, 31일에는 4이닝 2실점 2피안타 4볼넷 4삼진을 기록했다. 7이닝 동안 삼진 8개를 잡아낸 뛰어난 구위, 그리고 에이스라기엔 다소 불안한 성적이 눈에 띈다.
31일 청백전에서도 장시환의 강점은 여지없이 발휘됐다. 최고 147㎞에 달하는 직구 못지 않게 변화구도 승부구로 활용하기에 충분했다. 3회초 김현민의 무릎 높이 스트라이트존에 내리꽂히며 삼진을 잡아낸 묵직한 커브, 4회초 김회성 삼진 당시 몸쪽으로 흔들리며 파고든 슬라이더는 배트를 내밀기도 쉽지 않을 만큼 위력적이었다. 커브로 시선을 흔들고 직구를 꽂아넣거나, 슬라이더와 포크볼을 이용해 위기시 뜬공이 아닌 땅볼을 유도하는 모습도 돋보였다. 매경기 6~7이닝을 던질 수 있는 체력도 겸비했다.
하지만 카운트를 잡아줘야할 직구의 제구가 미묘했다. 한번 직구가 뜨기 시작하면 대책없이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주는가 하면, 3회 1루 주자 이용규의 흔들기에 휘말려 보크를 범하기도 했다. 노시환에게는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던진 직구가 몰리면서 2타점 2루타를 허용했다. 올해 데뷔 14년차 선수지만, 선발로서 풀시즌을 소화한 것은 지난해가 처음임을 되새기게 된다.
적어도 날이 풀리면 장시환의 직구는 더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장시환의 지난해 직구 평균 구속은 145.9㎞(스탯티즈 기준)였다. 개막 이후에는 150㎞를 넘는 직구를 자주 보게 될 전망이다.
올해로 한화 생활 2년째를 맞이하는 워윅 서폴드와 채드 벨은 실력과 인성 모두에서 한화 역사상 최고의 외국인 투수들로 꼽힌다. 두 선수는 지난해 팀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23승, 369⅓이닝을 책임졌다. 올시즌 팀 전력이 좀더 올라온다면 더 나은 성적을 기대할만하다. 그 출발점을 '토종 에이스' 장시환이 맡아줘야한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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