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SC시선]'집중은 안되고, 부상은 무섭고' 길어지는 청백전이 만든 이중고

by

[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박차를 가하기도, 손을 놓기도 애매하다.

코로나19로 인한 개막 연기가 길어지면서 10개 구단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스프링캠프 일정을 마친 뒤 시작한 국내 훈련에서 이틀 간격의 청백전으로 경기력 유지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러나 청백전 횟수가 늘어나는 가운데 선수들의 집중력 저하가 서서히 드러나고, 부상 위험도 커지고 있다.

6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청백전을 진행한 롯데 자이언츠는 수 차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2회말 타석에 선 내야수 김동한은 팀 동료 서준원이 던진 공에 옆구리를 직격당했다. 공이 손에서 빠지면서 예상치 못한 궤적을 그렸으나 워낙 빠른 속도에 피할 겨를이 없었다. 김동한은 큰 부상 없이 출루했지만, 롯데 벤치뿐만 아니라 본의 아닌 사구를 던진 서준원 모두 가슴 철렁한 순간이었다. 김동한 외에도 안치홍, 정 훈이 이날 청백전 과정에서 자신이 친 타구에 발목을 맞으며 각각 쓰러지는 장면도 이어졌다. 롯데는 앞선 청백전에서도 이대호 등 일부 선수들이 경미한 부상을 겪는 등 후유증이 쌓이는 모습이다.

청백전은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이다. 시범경기 취소, 개막 연기 상황에서 타팀과의 연습경기마저 막힌 가운데 선수들이 경기력을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대책이다. 하지만 현장에서 청백전 효과에 대한 시선은 그리 긍정적이지 않다. 상대팀 투수의 공을 좀 더 볼 필요가 있는 타자들이나, 동료 선수에게 몸쪽 공을 던지기 부담스러운 투수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부상 위험 탓에 선수들의 전반적인 플레이 역시 소극적일 수밖에 없어 경기력 유지라는 목표 달성도 쉽지 않다. 반복되는 청백전의 정신적 피로도가 쌓이면서 동기부여가 서서히 떨어지고, 결국 크고 작은 부상으로 연결될 수 있는 상황이 현실화되고 있다.

이미 청백전 부상자가 나온 팀도 있다. 키움 히어로즈 우완 투수 양기현은 지난달 18일 청백전에 등판했다가 강습 타구에 우측 팔뚝을 맞아 요골 미세골절 판정을 받고 이탈했다. 키움 관계자는 "질롱에서 몸을 잘 만들어서 왔고, 컨디션을 잘 유지했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렇다 보니 일부 팀들은 훈련-청백전 반복 대신 아예 쉬는 쪽을 택하는 경우도 있다. 두산 베어스, SK 와이번스, KT 위즈 등 최근 하루였던 휴식 기간을 탄력적으로 늘려가며 선수단을 운영하고 있다. KIA 타이거즈 맷 윌리엄스 감독은 귀국 직후 선수단에 나흘 간의 '통큰' 휴식을 부여하기도 했다. 이밖의 팀들도 비 예보 등에 따라 탄력적인 훈련 일정을 짜고 있다. 그러나 휴식기를 가진다고 해도 여전히 기약이 없는 리그 개막 일정과 그로 인한 집중력, 동기부여 저하 문제는 해결할 방도가 없다는 점에서 현장의 고심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