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수원 삼성의 꽃미남 공격수 임상협(31)이 자체 청백전을 통해 부활 가능성을 선보였다.
임상협은 8일 오후 2시 수원 화성 클럽하우스 훈련장에서 진행한 자체 청백전에서 백팀의 등번호 11번 유니폼을 입고 출전해 자로 잰듯한 날카로운 크로스로 보스니아 출신 공격수 크르피치 슐레이만(29)의 선제골을 도왔다. 나흘 전 같은 장소에서 열린 청백전에선 빠른 돌파에 이은 정확한 크로스로 신예 골잡이 오현규(19)의 다이빙 헤더를 어시스트했다. 지난달 28일 첫 경기부터 3번의 청백전에서 모두 가벼운 몸놀림과 날카로운 크로스 능력을 선보이며 '아프리카TV'로 실시간 청백전을 시청한 축구팬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임상협은 경기 후 방송 인터뷰에서 "최근, 그 어느 때보다 몸상태가 좋다. 예전에 좋았을 때 몸(경기력)이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좋았던 시절', 임상협은 K리그 정상급 윙어로 인정받았다. 2009년 전북 현대에서 프로 데뷔한 그는 2011년 옮긴 부산 아이파크에서 꽃을 피웠다. 이적 첫해 두 자릿수 득점(10골)을 터뜨렸다. 2013년부터 2015년까지 3시즌 동안 리그에서 각각 9골-11골-12골(2015년은 상주 상무 소속)을 퍼부었다. 2013년 8월 페루와의 친선경기를 통해 국가대표 데뷔 꿈도 이뤘다.
2018년 큰 기대를 받으며 수원에 입단한 임상협. 하지만 빅버드 라이프는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2018시즌 19경기에 출전해 2골에 그쳤다. 지난 시즌에는 감독 교체, 부상 등의 이유로 출전 명단에도 들지 못하는 전력 외 선수로 전락했다. 시즌 도중 제주 유나이티드로 임대를 떠났으나, 단 4경기에 출전한 뒤 수원으로 복귀했다.
지난 시즌 K리그1 득점왕 아담 타가트를 비롯해 염기훈, 김민우, 상주에서 전역한 김건희, 장신 공격수 크르피치, 유스 출신 오현규 등 공격수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임상협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적설이 나돌기도 했다.
임상협은 아랍에미리트(UAE)와 순천 전지훈련지에서 이임생 감독의 마음을 얻기 위해 필사적으로 뛰었다. 구단 관계자, K리그 관계자 사이에서 '임상협 폼(경기력)이 좋다'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청백전을 통해 '달라진 임상협'을 보여줬다. 청백전 활약이 주전을 보장하는 건 절대 아니지만, 이 감독의 눈도장을 받았을 것은 분명해 보인다.
임상협은 "작년엔 부상도 있었고, 임대팀에서 경기에 못 뛰었지만 정말 많이 성장한 것 같다"고 힘들었던 지난해를 돌아보며 "지난해 12월부터 하루도 안 쉬고 몸을 만들었다. 팀 훈련을 마치고 슈팅 및 크로스 연습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수원 입단 이후 잘한 경기를 많이 못 보여드린 것 같다. 옛날 모습을 되찾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편, 이날 예정된 3차례 '청백적 청백전'이 끝났다. 수원은 K리그에서 가장 먼저 청백전에 임한 구단이다. 일부 팀들이 '전력 노출'을 이유로 청백전을 꺼리는 분위기 속에서 '팬과의 소통, 실전감각 유지, 스폰서 노출' 등 3가지 효과를 기대하며 '아프리카TV'의 청백전 중계 제안을 받아들였다.
코로나19 정국에서 K리그 개막이 무기한 연기된 상황, 팬들의 갈증을 해갈해줬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팬들은 실시간 댓글을 통해 축구토론을 즐겼다. 선수단도 만족하는 분위기다. 이 감독은 "나름대로 훈련을 해왔지만, 자체 경기를 하면서 선수들이 동기부여가 된 것 같다"고 평했다. 시즌을 앞두고 사실상의 '종신계약'을 체결한 김민우는 "팬들과 만날 기회가 적어 아쉬웠다. 이번 청백전을 통해 저희가 열심히 하고 있단 걸 보여줘서 기쁘다"고 말했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