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코로나19로 멈춘 K리그, 축구팬들의 갈증을 풀어줄 오아시스가 나타났다.
자체 연습경기 생중계다. K리그 각 구단과 프로축구연맹은 다양한 온라인 콘텐츠로 팬들을 즐겁게 하고 있지만, 진짜 축구에 대한 목마름은 여전하다. 개막은 연기 됐고, 정부가 강조하는 '사회적 거리두기' 차원으로 연습경기마저 중단됐다. 경기를 펼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자체 연습경기. K리그는 팬들을 위해 그 최후의 카드를 공개했다.
수원과 제주는 각각 지난달 28일과 29일 클럽하우스 내 연습구장에서 진행한 자체 연습경기를 중계했다. 아프리카TV와 손잡고 캐스터와 해설자까지 동원해 제법 실제 경기 같은 분위기를 냈다. 반응도 좋았다. 당초 예상했던 동시, 누적 접속자수를 훌쩍 뛰어넘는 기록을 냈다. 전력 노출에 대한 우려도 있었지만, 두 구단은 얻은 게 훨씬 많았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수원, 제주에 이어 경남이 바통을 이어받는다. 경남은 11일 오후 2시30분 함안클럽하우스가 위치한 경남 함안스포츠타운 내 전용구장에서 자체 홍백전을 중계하기로 했다. 시도민구단이 자체 연습경기를 생중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남은 아프리카TV와 손을 잡고, 총 4대의 카메라를 동원, 수준 높은 퀄리티의 영상을 만들 계획이다. 코로나19 사태로 구단 스폰서 노출이 힘든 상황을 감안하고, 경기장과 같은 현장 분위기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 광고 배너도 설치할 예정이다. 하프타임에는 구단 공식 치어리더인 루미너스와 올 시즌 새로 합류하는 응원단장과의 만남의 시간도 준비, 경기 외적인 팬서비스도 마련했다.
이번 자체 연습경기 중계는 설기현 감독의 강력한 요청으로 이루어졌다. 설 감독은 "선수들의 집중력이 떨어지는 시기다. 전체적으로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했다. 사실 경남은 올 시즌 가장 주목을 받는 팀 중 하나다. 좋은 전력을 구축한데다, 무엇보다 설 감독의 전술이 주목을 받으며 '어떤 축구를 펼칠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이 이어졌다. 때문에 전력 노출에 대한 우려가 나올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설 감독은 "어차피 시즌이 열리면 다 알게된다. 상대 전력이 감춰지는 것은 개막전 한 경기 뿐"이라며 "그것보다는 이런 경기를 통해 선수들이 집중력있게 현재 준비 상황을 점검하고, 우리의 문제점을 찾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고 했다.
설 감독은 아예 베스트 전력을 공개할 계획까지 세웠다. 설 감독은 "아직 개막 시점이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남은 시간이 한 달 정도라고 감안하면 이제 베스트11을 결정하는 게 맞다. 동계 훈련이라면 구분 없이 기회를 주고, 주전, 비주전을 결정하겠지만, 지금은 확실한 베스트11을 자각시켜주고, 발을 맞추는게 중요하다. 포함되지 못한 선수들도 스스로 부족함을 깨닿고 다시 발전하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고 했다.
경남까지 가세하며 K리그 팬들은 매주말 마다 최소 한경기 이상을 관전할 수 있는 행복한 기회를 얻게 됐다. 박진관 경남 대표이사는 "팬들의 갈증을 조금이나마 해소하기 위해 이번 홍백전 중계를 하게 됐다"며 "올 시즌 설기현 감독 체제에서 새롭게 변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임직원 모두 많은 준비를 하고 있다. 힘든 시기지만 함께 이겨내 축구장에서 만났으면 좋겠다"고 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