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 LG 트윈스 에이스 타일러 윌슨이 지난 8일 격리 해제 후 처음으로 잠실구장 훈련에 모습을 드러내자 주위에서 뜨거운 시선이 모아졌다. LG 관계자는 팀 훈련이 언론에 공개된 지난달 19일 이후 가장 많은 취재진이 몰렸다고 했다. 류중일 감독도 그라운드로 나가 캐치볼과 러닝을 하는 윌슨의 움직임을 유심히 지켜봤다.
윌슨은 지난달 22일 조기 입국해 선수단에 합류했다가 KBO의 자가격리 지침이 내려지면서 3월 27일부터 지난 5일까지 숙소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했다. LG가 6,7일 이틀 휴식을 가져 이날 타자인 로베르토 라모스와 선수단에 합류할 수 있었다. 윌슨은 라모스와 함께 러닝으로 몸을 푼 뒤 외야에서 캐치볼을 실시했다. 롱토스 거리는 30~40m 정도였다.
2주간 피칭 관련 훈련을 하지 못했으니, 앞으로 2~3주 정도는 어깨와 팔꿈치를 풀어야 연습경기에 나설 몸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류 감독은 "투수는 근육이 빠져 3주는 돼야 실전이 가능하다"고 했다. 코로나바이러스 상황이 진정돼 오는 21일 팀간 연습경기가 시작돼도 윌슨은 당장 마운드에 오르기 어렵다는 얘기다.
투구수를 80~100개 정도까지 끌어올려야 정식 경기 등판이 가능한데 약 열흘 안팎으로 진행될 연습경기에서 이 수준에 맞추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KBO는 바이러스 진정세 지속을 전제로 5월 1일 또는 5일을 정규시즌 개막일로 잡을 계획이다. 이때 개막전이 열린다면 LG는 윌슨을 내세우기 힘들다.
윌슨은 "숙소에서 운동하는 게 루틴과 준비하는 부분이 달랐지만, 정신적으로 잘 무장할 수 있었다"며 "컨디셔닝파트가 준 프로그램를 소화하는데 신경쓰면서 멘탈적으로 준비를 잘 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몸 만들기가 제한적이었다는 이야기다.
그러면서도 그는 "다행히 인바디 결과는 만족스럽다. 좁은 방에서 할 수 있는 건 다했고, 몸을 유지하려고 노력한 내 스스로 대견하다"며 "몸 상태와 느낌은 굉장히 좋다. 다음 주부터 몇 주간 계획에 따라 믿음을 가지고 잘 해나갈 것이다. 몸은 잘 만들어왔다고 생각한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개막전 등판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윌슨은 체중과 체성분에서 격리 이전과 달라진 게 없다. 숙소에서 아령, 튜브 등을 이용한 근력 운동을 충실히 소화한 덕분이지 전체적인 근육 손실이 생각보다 작다.
윌슨은 LG 입단 첫 해부터 개막전 선발로 나섰다. 2018년에는 3월 24일 NC 다이노스전에서 6이닝 5안타 2실점으로 패전을 안았고, 지난해 3월 23일 KIA 타이거즈를 상대로는 7이닝 3안타 무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올해도 정상적으로 일정이 진행됐다면 3월 28일 키움 히어로즈와의 고척돔 개막전 선발은 윌슨이 유력했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바뀌었다. 윌슨이 5월 초까지 준비가 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지금은 개막전 등판 여부와 상관없이 시즌 첫 등판을 언제 할 수 있느냐에 초점을 맞추는 게 맞다. 이는 9일 합류한 케이시 켈리도 마찬가지다. 실전 등판에 필요한 캐치볼, 사이드 피칭, 불펜피칭, 연습경기 등의 과정을 감안하면 개막전에 집착할 이유가 없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