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경기 중' 더그아웃은 관계자 외 누구도 출입할 수 없는 성역과도 같은 곳이다. KBO(한국야구위원회)가 금기 깨기에 나선다. 현장 문화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지난 7일 열린 KBO 실행위원회에 모인 10개 구단 단장들은 감독이 경기 중 중계진과 인터뷰를 하는 방안에 합의를 마쳤다. 따라서 올 시즌부터는 생중계 방송 도중 감독이 직접 카메라 앞에서 선수에 대한 코멘트를 하거나, 현재 경기 상황, 감독의 의도 등을 설명하는 장면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인터뷰는 감독이 헤드셋을 착용하거나 핸드 마이크를 들고 진행되는 방식이다. 메이저리그에서 자주 볼 수 있어 익숙한 장면이기도 하다. 국내에서는 프로농구(KBL)가 활발한 시도를 해왔다.
다만 KBO는 경기 중 감독 인터뷰를 3연전 중 2번 정도만 하고, 3회말이 끝난 후 실시할 예정이다. 홈팀 감독이 한번, 원정팀 감독이 한번씩 인터뷰를 한다. 따라서 팀당 3연전 중 1번만 경기 중 인터뷰를 하게 된다. 또 인터뷰 시간을 3회말이 끝나고로 결정한 이유는 감독에 대한 배려다. 5회말이 끝난 후 클리닝 타임에 인터뷰를 하는 방안도 고려했었지만, 승부가 기운 이후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인터뷰에 임하는 감독의 부담감이 커질 수 있다. 비교적 경기 초반 벤치의 목소리를 듣는데 의의를 뒀다.
KBO가 이런 시도를 하는 이유는 팬들에게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전달하면서 흥미를 더 크게 유발시키겠다는 의도가 크다. 올해 코로나19로 인해 개막이 한달 이상 연기되면서 비교적 잊혀졌지만, KBO리그는 최근 2년 연속 관중 감소로 속앓이를 해왔다. 여러 악재가 영향을 미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라이트' 팬층을 사로잡을 킬러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데는 많은 구성원들이 동감했다. 또 현실 안주에 대한 반성을 하면서, 새로운 변화를 여러가지 시도하게 됐다. 메이저리그처럼 경기 중 감독의 목소리를 팬들이 직접 듣게 하는 것도 이런 노력 중 한가지다.
다만 KBO의 새로운 시도가 현장 문화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궁금해진다. 그동안 경기 중 더그아웃 특히 감독에 대한 접근은 철저히 금지돼 있었다. 언론 취재는 물론 경기 후에만 가능했다. 심지어 몇 시즌 전부터는 경기 후 언론 인터뷰는 이긴 팀 감독만 해당되고(포스트시즌 예외), 패장 인터뷰는 실시하지 않고 있다. 감독에 대한 배려가 더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가 오랫동안 자리 잡아왔던 가운데 현장에서 뛰고있는 10명의 감독들이 이런 시도에 동의를 했다는 뜻은 '팬들에게 더 다가가자'는 KBO의 취지에 마음을 움직였다고 봐야 한다. 일단 경기 중 인터뷰는 오는 21일 시작 예정인 연습경기에서 시험삼아 실시된다. 현장과 팬들의 반응에 따라 추후 수정될 가능성도 있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