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아내가 답답하고 힘들 것 같다. 내색하지 않아 고맙다."
프로야구가 조심스럽게 개막을 준비하고 있다. 오랜 고민과 고생이 빛을 볼 수 있을까.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13일 0시 기준 25명에 그쳤다. 지난 2월 23일 감염병 재난 위기 경보가 '심각' 단계로 격상된 이래 최소 규모다.
KBO리그는 당초 지난 3월 28일 개막을 준비중이었지만, 정부의 대처에 발맞춰 개막을 무기한 연기했다. 전국민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손씻기와 소독을 생활화하며 외출을 자제하는 노력에 동참했다. 스프링캠프에서 돌아온 10개 구단 역시 외부와의 접촉을 가능한 차단하고 선수단 전체에 대한 철저한 방역에 나섰다. 자체 청백전에만 집중하며 리그 개막만을 기다려왔다.
다행히 수치상으로 국내 코로나19는 진정되는 모양새다. 정부는 지난달 21일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했고, 지난 4일 2주 연장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정부의 연장 발표 당시 제시한 목표는 '하루 신규 확진환자 50명 미만'이었다. 최근 신규 확진자 수는 10일 27명, 11일 30명, 12일 32명(오전 0시 기준)이었다. 이들 중 상당수를 차지하는 해외 입국자를 제외하면 지역 감염 환자는 더욱 줄어든다.
하지만 위기감은 여전하다. 만일 개막 이후 선수나 경기장 출입 인원 중 확진자가 나온다면 그 여파는 걷잡을 수 없다. 어렵게 시작된 리그의 즉각 중단 및 차후 재개 동력 상실은 불보듯 뻔하다. 비난은 해당 선수와 구단을 넘어 KBO와 프로야구판 전체에 쏟아질 것이다.
한화 이글스 장진혁은 '퇴근 후 생활'을 묻자 "최대한 외출을 자제한다. 집과 경기장만 오간다. 훈련이 끝나면 곧장 집으로 간다. 집 밖에도 잘 나가지 않는다. 식사도 집과 경기장 안에서 해결한다. 부득이하게 외부에서 식사할 경우 사람이 없는 곳을 찾는다"고 답했다.
선수와 가장 가까이에서 함께 생활하는 가족들도 강도높은 자가격리 상태에 돌입한지 오래다. 혹시나 모를 가능성에 대비해 힘든 시간을 버티고 있다.
지난 2016년 12월 결혼해 슬하에 아들 하나를 둔 최재훈은 코로나19 시국에 더욱 민감하다. 최재훈은 "경기장과 집 외에는 외출을 자제한다. 음식은 집에서만 먹는다. 집에 한번 들어오면 나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내도 외출을 자제하고 사람들을 만나지 못한다. 날 생각해서다. 많이 답답하고 힘들 텐데, 내색 없이 잘 챙겨준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아들과 놀아줄 시간이 늘어난 것은 좋다. 시즌이 개막하기 전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진 셈"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3월 하순 뒤늦게 입국한 5개 구단(한화 삼성 키움 LG KT) 외국인 선수들은 아예 집 밖으로 한 걸음도 나가지 않으며 14일 간의 자가 격리 기간을 버텼다. 선수로서의 감각 유지나 컨디션 관리보다 코로나19 대응을 우선했다. 우연히 확진자의 동선에 휘말리는 등의 불상사를 피하기 위해서다.
최근 일본프로야구(NPB)는 후지나미 신타로(한신 타이거스)를 비롯한 몇몇 '선수 확진자' 때문에 떠들썩했다. 유벤투스와 발렌시아 등 유럽축구, 수퍼스타 케빈 듀란트(브루클린 네츠)를 비롯한 미프로농구(NBA), 미국프로야구(MLB) 마이너리그 등 세계 스포츠계 곳곳에서도 코로나19 확진자가 잇따라 발생했다. 반면 국내 야구계는 아직 선수는 물론 관계자 중에도 단 한명의 확진자도 발생하지 않은 점은 다행스럽다.
KBO리그 10개 구단은 오는 21일 미니 시범경기의 성격을 띈 팀간 교류전을 시작할 예정이다. KBO는 이를 통해 정규시즌 준비 태세를 다양하게 점검할 예정이다. 14일 열리는 KBO 이사회에서는 5월초 개막일이 논의된다. 전국의 야구팬 모두가 숨죽여온 기다림이 결실을 맺을 수 있을까.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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