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장민재(30)에게 서른은 어떤 의미일까. 지난해 무너진 한화 마운드의 기둥이었던 장민재가 한걸음 올라설 준비를 마쳤다.
한화는 지난달 17일 이후 약 한달간 무려 14번의 청백전을 치렀다. 격일로 시합이 계속됐고, 주요 선발투수들은 로테이션대로 마운드에 올랐다. 코로나19 여파로 리그 개막이 늦어진 가운데 긴장감을 높이고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서였다.
장민재는 시즌을 방불케 했던 청백전에서 가장 돋보인 투수다. 총 24이닝 동안 자책점은 단 4점 뿐이다. 마지막 청백전 전까지 19이닝 동안 '평균자책점 0'을 기록하는가 하면, 보기드문 청백전 7이닝 완봉도 선보였다. 많지 않은 투구수로 효율적인 피칭을 하면서도, 위기 시에는 과감하게 승부하며 연속 삼진을 따내는 구위를 과시했다. 한용덕 감독의 신뢰가 두터운 이유다. 마지막 경기를 포함시켜도 평균자책점 1.50의 호성적이다.
장민재를 대표하는 이미지는 타자를 흔드는 빠른 투구 템포와 정교한 제구력, 낙차큰 포크볼이다. 올해는 여기에 신무기 슬라이더가 더해졌다. 지난해 직구와 포크볼을 거의 1대1 비율로 구사했던 장민재는 올해 오른손 타자의 무릎과 허리를 파고드는 매서운 슬라이더를 장착했다. 덕분에 타자 일순 후 흔들리던 고질병도 보완됐다는 평가다.
장민재는 지난해 전반기 84⅓이닝 동안 6승3패 평균자책점 4.50으로 분투했다. 선발로 나선 국내 투수가 13명에 달할 만큼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외국인 선수 워윅 서폴드, 채드 벨과 함께 늘푸른 소나무마냥 한화 마운드를 지켰다.
하지만 장민재가 팔꿈치 통증으로 이탈한 6월말 이후 한화는 그 빈자리를 메우지 못하고 최종 9위에 그쳤다. 장민재 역시 복귀 후 부진을 거듭하며 단 1승도 추가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커리어 하이였던 시즌 6승, 119⅓이닝 경신에도 실패해 안타까움이 더했다.
신무기를 장착한 장민재가 서른의 껍질을 깨고 한걸음 더 올라설 수 있을까. 한화는 21일 KT 전을 시작으로 23일 KIA 타이거즈, 25일 삼성 라이온즈, 27일 KT 전을 통해 5월초 개막을 대비할 예정이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