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그때는 정말 쳐다보기도 어려운 존재였죠."
'하나원큐 K리그1 2020' 시즌 초반, 성남FC의 기세가 사뭇 뜨겁다. 지난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과의 '하나원큐 K리그1 2020' 4라운드 대결에서 1대0으로 승리하며 개막 4경기 무패(2승2무)로 순항, 리그 단독 3위로 올라섰다.
언제나 이변이 벌어질 수 있는게 스포츠의 세계지만, 성남의 이런 선전은 그야말로 '깜짝쇼'나 다름없다. 시즌 전 대다수 축구 전문가들이 성남의 고전을 예상했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의 핵심 전력들이 많이 이탈했고, 특히나 팀의 지휘봉을 잡은 김남일 감독은 이번이 프로 감독 데뷔시즌이다. 여러 부분에서 불확실성이 포착됐다.
그러나 이런 예상을 비웃듯 성남은 무탈하게 시즌을 치러내고 있다. 김 감독이 취임하며 약속한 '화끈하고 공격적인 축구'도 꽤 잘 이뤄지는데다 특히나 우려됐던 수비 면에서도 안정감을 보여주고 있다. 성남은 4경기에서 4골을 넣었고, 실점은 단 1점 밖에 하지 않으면서 득실차 +3으로 좋은 지표를 찍었다. 이런 안정된 수비력의 근간은 바로 완벽하게 '전성기모드'를 되찾은 골키퍼 김영광에게서 비롯되고 있다.
김영광이 지난 시즌을 끝으로 서울 이랜드에서 계약이 만료되며 은퇴 기로에 몰렸다가 테스트를 통해 극적으로 성남 유니폼을 입게 됐다는 건 이미 널리 알려진 이야기다. 김영광은 이를 마지막 기회로 여기고 그 어느 때보다 더 굵은 땀방울을 쏟아내며 시즌 준비에 임했다. 그런 노력의 결과물이 바로 호성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김영광이 성남에서 다시금 부활할 수 있었던 비하인드 스토리가 또 하나 있다. 바로 김남일 감독과의 특별한 인연 덕분이다. 그 인연의 힘을 바탕으로 김영광은 더욱 용기를 내어 스스로를 채찍질했고, 더 편하게 새로운 팀에 녹아들 수 있었다.
김영광이 밝힌 김 감독과의 인연은 지금부터 1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2년, 한국 축구 역사에 길이 빛나는 해다. 당시 김영광은 광양제철고를 졸업하고 연고 구단인 전남에 막 입단한 프로 새내기였다. 그리고 이 팀에는, 그라운드에서는 터프한 카리스마를 뿜어내면서도 후배들에게는 친절한 한 멋진 선배가 있었다. 입단 당시에도 쉽게 다가서기 어려웠던 이 선배는 여름이 지나고 가을 무렵, 아예 범접하기조차 힘든 위인이 돼 있었다. 그 선배가 바로 2002 한일 월드컵의 영웅 김남일이었다.
당시를 떠올린 김영광은 "김 감독님과는 내가 프로 입단 첫 해에 한솥밥을 먹었던 기억이 있다. 원래 스타였는데, 월드컵이 딱 끝나고 나니까 정말 엄청난 분이 되어 있었다"며 18년 전의 기억을 꺼냈다. 그런데 그때나 지금이나 김 감독은 늘 한결같았다고 한다.
김영광은 "그렇게 유명한데도 불구하고, 나 같은 어린 후배들을 잘 챙겨주시곤 했다. 숙소 방을 같이 쓴 적도 있는데, 편하게 여러 좋은 이야기를 해주시곤 했다"면서 "그런 기억들 덕분에 성남에 와서도 확실히 더 적응하기 편했다. 팀에 늦게 합류했음에도 와서 보니 기틀이 잘 잡혀있어서 나도 덩달아 더 열심히 준비하게 됐다. 이런 게 바로 지도자의 영향력인 것 같다"고 말했다. 김영광의 부활과 성남의 선전, 그 원동력이 어디에서 비롯됐는 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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