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차라리 윌슨 켈리랑 붙으면 좋을 거 같아요."
삼성의 우완에이스로 떠오르고 있는 원태인(20)의 푸념.
올 시즌 유독 상대 선발 매치업에 '신인 복'이 많다. 툭하면 신인 투수와 맞대결이다.
지난달 15일 수원 KT전에 고졸 신인 소형준(19)과 선발 맞대결을 펼쳤다. 다음 등판이었던 21일 대구 LG에서도 고졸 신인 이민호(19)와 붙었다.
원태인은 2일 잠실 LG전에 선발 출격한다. 상대 투수는 또 한번 이민호다. 올 시즌 다섯 차례의 선발 등판 중 무려 3차례나 고졸 신인과 맞붙게 된 셈.
'미래의 대결'로 주목 받을 수 밖에 없는 매치업. 단 1년이라도 선배인 원태인이 심리적으로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가뜩이나 결과도 썩 좋지 못했다. 소형준과 이민호에게 모두 프로 데뷔 첫 승을 안겼다.
소형준과 맞대결 당시는 밸런스 불안 속에 4-2 리드를 지키지 못했다. 소형준은 6⅓이닝 9피안타 5실점(2자책) 했지만 타선 지원 속에 첫 승을 거뒀다.
이민호와 맞대결 당시 원태인은 7이닝 6피안타 2볼넷 6탈삼진 2실점으로 호투하고도 패전투수가 됐다. 삼성 타선이 극심한 슬럼프를 겪던 시기. 이민호 김윤식 정우영 이상규로 이어진 신인급 투수들을 상대로 단 한점도 뽑지 못하며 0대2로 영봉패 했다. 그 덕에 이민호는 5⅓이닝 1피안타 4볼넷 무실점으로 감격의 데뷔 첫 승을 거뒀다.
하지만 이날 LG전은 원태인에게 올시즌 중요한 터닝포인트가 됐다. 겨우내 스피드업 이후 이전 두차례 선발 등판에서 결과가 썩 좋지 못했던 터.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강하고 공격적인' 피칭을 이어간 끝에 비로소 '유레카'를 외쳤다.
"사실 고민이 있었어요. 준비만큼 결과가 안나오니 (변화를 계속 이어가야 하나) 확신이 안 서더라고요.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이어갔던 게 결국 저에게는 좋은 결과로 돌아온 것 같습니다."
장소를 잠실벌로 옮겨 빠르게 성사된 이민호와의 리턴매치. 1년 선배로서 동생의 도전이 부담스럽지만 이번 만큼은 결코 양보할 수 없다.
겨우내 중점을 둔 스피드 업과 공격적 피칭의 변화가 정상 궤도에 진입했다. 최근 등판이었던 지난달 27일 사직 롯데전에서는 데뷔 최다인 8이닝 동안 4피안타 6탈삼진 1실점(비자책)의 눈부신 호투를 펼쳤다. 2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 그때 당시에 비해 삼성 타선의 사이클도 어느 정도 회복됐다. '홈런왕' 라모스가 버티는 LG 타선을 상대로 피홈런 걱정을 덜해도 되는 잠실 경기이기도 하다.
"제가 좀 (신인 투수들의) 승리 제조기인거 같아요. 1승씩 챙겨준 것 같아요"라고 싱긋 웃으면서 농담을 던진 원태인.
자신감이 없는 건 아니다. 다만, 도전을 받아줘야 하는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는 노릇.
"차라리 윌슨이나 켈리랑 맞붙고 싶다"는 말은 이런 맥락에서 하는 이야기다.
과연 원태인은 이민호와의 이번 리턴매치에서 후배 투수에게 진 빚을 깨끗하게 갚아줄 수 있을까. 12일이 지난 현재, 확률은 훨씬 높아졌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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