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스포츠조선 김진회 기자]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 내 맷 윌리엄스 감독이 사용하는 감독실은 항상 열려있다. 선수들 중 이 곳을 자연스럽게 출입하는 건 성격 좋은 박찬호(25)다. 경기 중 카리스마를 내뿜지만, 선수들에게 한 없이 자상한 윌리엄스 감독에게 박찬호는 넘치는 장난끼로 다가갔다. 윌리엄스 감독도 적극적으로 다가오는 박찬호의 밝은 성격을 받아주면서 돈독한 관계가 형성됐다.
그런 박찬호가 지난달 19일 광주 롯데전에서 5회 오른쪽 허벅지 통증을 호소하자 윌리엄스 감독은 직접 그라운드를 방문해 박찬호의 몸 상태를 체크하기도 했다. 윌리엄스 감독은 "(박찬호의) 몸이 괜찮은 지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선수의 눈을 보면서 이야기를 해야 거짓말 인지 아닌지 알 수 있다. 찬호는 가끔 장난을 쳐 요주의 인물이다. 나가서 '사실대로 이야기하라'고 말했다. 뒷걸음 치길래 거짓말로 생각했다"며 웃었다.
박찬호는 윌리엄스 감독과 스스럼없이 이야기를 나누는 부분에 대해 "궁금한 것이 있으면 감독실을 찾는다. 감독님께선 궁금증을 풀어주신다. 나는 복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감독실 방문이 항상 열려 있다는 건 감독님 마음도 열려 있다는 뜻이다. 사실 국내 감독님들에게 반대의견을 내면 그 선수는 불이익을 받는 것이 한국 야구의 문화다. 그러나 지금은 반대의견을 내도 존중받는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박찬호는 사례를 공개했다. "나는 보내기 번트를 잘하지 못한다. 성공률이 낮다. 더그아웃에서 번트 사인이 났을 때 방망이가 나와있으면(번트 자세를 취하는 것) 힘들다. 그래서 감독님께 나의 단점을 말씀드렸고, 번트 사인이 났을 때 기습적으로 번트를 시도해도 되겠냐고 했는데 감독님께선 '네가 편한대로 해라'고 말씀하셨다."
"못하겠다"가 아닌 "성공률을 높일 수 있는 쪽으로 바꿔보겠다"는 박찬호의 적극적인 의견 개진에 윌리엄스 감독은 흔쾌히 허락한 것이었다.
박찬호는 윌리엄스 감독 체제에서 주전 유격수로 도약했다. 지난 시즌 '히트상품'이 올 시즌 내야 리빌딩의 중심이 됐다. 지난 17일 광주 NC전에선 7회 1사 1, 3루 상황에서 나성범의 타구를 가랑이 사이로 빠뜨리는 시즌 두 번째 실책으로 역전을 당하는 빌미를 제공했지만, 이 장면을 제외하면 팀의 재역전승을 위해 공수에서 맹활약한 장면이 더 많았다. 박찬호는 "주위에선 유격수가 어려울 것이라고 하는데 나는 유격수가 가장 편안하다. 다른 포지션은 남의 집에 있는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타격 부진에선 부활했다. 지난 16일 경기에선 21타수 만에 무안타에서 벗어났고, 지난 17일 경기에선 멀티히트(한 경기 두 개 안타 이상)를 작성했다. 이번 부진을 통해 박찬호가 얻은 건 강한 책임감이다. 박찬호는 "내가 타격감이 떨어졌을 때도 항상 감싸주시는 감독님에게 보답해야겠다는 생각 뿐이었다. 그것이 책임감으로 형성된 것 같다. 가장 잘 할 수 있는 수비와 두 번째로 타격까지 이젠 못하면 안 될 것 같다"고 전했다. 광주=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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