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세 이모 씨(서울 송파 거주)는 헤비스모커로 유명한 기자다. 기사 원고가 안 써지면 하루에 2~3갑 까지도 피우는 데다가, 술자리에서도 담배 타임을 위해 자주 자리를 비우는 편이다. 그러던 중 지난해 말부터 발에 냉기가 느껴지기 시작하더니 올해 초부터는 심한 통증까지 느끼게 됐다. 하지정맥류가 의심된 그가 병원에서 받은 진단은 생소한 '버거병'이었다. 의사는 무조건 담배를 끊어야 한다고 경고했다.
'버거병(Buerger's disease)', 혹은 '버거씨병', '버거스병' 등으로 불리는 이 병의 정식 명칭은 '폐색성혈전혈관염'이다. 버거병이라는 명칭은 이 병을 처음으로 정리한 의사의 이름을 딴 것이다. 정식 명칭에서 유추할 수 있듯, 손발의 동맥에 염증이 발생하면서 혈관이 좁아지거나 혈전이 생기고, 혈액순환 장애가 생겨 조직 괴사가 발생하는 질환이다.
주요 증상으로 초기에는 사지말단, 즉 손과 발이 창백해지고 마비가 오거나 차가워지는 증상이 나타난다. 추워지면 증상이 더 악화되고 심각한 통증이 나타난다. 그리고 말기가 되면 피부가 흰색에서 푸른 색, 그리고 검붉은 색으로 변한다.
이 병의 주요 원인은 절반 이상이 담배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환자의 약 95%는 흡연자다. 여성 환자도 증가하는데, 늘어나는 흡연율과 간접흡연이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여기에 유전적으로 버거병을 유발하는 인자를 갖고 있으면 발병률이 크게 높아진다.
민트병원 혈관센터 배재익 대표원장(영상의학과 전문의/의학박사)은 "버거병의 정확한 원인을 한 가지로만 말할 수 없지만, 흡연 시 혈관이 가늘어졌다가 넓어지기를 반복하고, 이로 인해 동맥이 충격을 받게 돼 혈관수축, 산소부족, 용혈현상 등이 나타나는 것이 주요 원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장기간 흡연할 경우 혈관에 이상이 생기는 것은 필연적이다. 담배를 피울 때 멍해지는 느낌도 사실은 뇌로 가는 동맥이 좁아져 머리에 피가 제대로 들어가지 못해서 나타나는 증상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버거병을 예방하려면 '금연'이 우선이다. 그것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아예 '딱' 끊어야 한다. 유전적 소인이 있는 이가 계속해서 담배를 피우면 아무리 좋은 치료를 해도 재발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다음으로 조기 진단이 중요하다. 버거병은 진단이 쉽지 않은 편인데 현재 담배를 피고 있거나 흡연 경험이 있고 타 동맥질환을 갖고 있지 않으며, 초음파, CT, MRI, 혈관조영검사 등에서 이상 소견이 있을 경우 진단된다. 늦어도 피부색이 검붉은 단계에 이르기 전에는 담배를 끊고, 병원을 찾아 검사 및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
치료법으로는 초기에는 혈관확장제, 항혈전제 등을 이용한 약물치료를 하고, 어느 정도 병이 진행됐거나 약물치료로 차도가 없을 경우에는 상황에 따라 혈관우회술, 혈관성형술 등을 진행한다.
최근에는 인터벤션 영상의학 치료인 혈관성형술 사례가 늘고 있다. 국소마취 후 가느다란 카테터를 혈관 내로 삽입해 카테터에 달린 풍선으로 좁아진 혈관을 확장시키거나, 동맥이 다시 좁아지지 않도록 스텐트를 삽입해 문제 혈관을 정상화하는 방법이다. 최소침습 치료법이어서 환자 신체의 부담이 적고, 회복이 빠르기 때문에 선호도가 높다.
그러나 혈관성형술의 경우 이미 괴사가 상당히 진행된 상태로는 치료를 바로 시도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래서 조기 진단이 중요한 것이다. 또한 말초혈관을 다루는 섬세한 시술이므로 경험이 많은 의료진과 상담 후 치료 계획을 세우는 것이 좋다. <스포츠조선 doctorkim@sportschso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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