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아쉬움은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약관의 청년 투수는 내색하지 않으려 애썼다.
진한 아쉬움의 파도가 스쳐 지나간 자리에는 아름다운 배려의 미소가 남았다.
삼성 고졸 2년 차 청년 투수 원태인(20)이 성숙한 모습으로 선배의 무거운 마음을 덜어줬다.
원태인은 8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의 주중 마지막 경기. 5회까지 무실점 호투와 초반 타선 지원에도 시즌 6승 달성에 실패했다.
6-3으로 앞선 6회초 2사 후 장필준(32)에게 마운드를 넘겼지만 7회 역전을 허용했다. 서건창의 적시타에 이어 이정후의 역전 3점 홈런을 막지 못했다.
악몽 같던 이정후의 역전 홈런이 터지는 순간, 원태인은 덕아웃 맨 앞줄에서 후배 허윤동과 함께 나란히 경기를 응원중이었다. '딱' 소리와 동시에 원태인의 시선은 타구를 쫓았다. 무의식 중 "갔다"란 낮은 탄식이 흘렀다.
끝내 담장을 넘은 공을 최종 확인한 순간, 표정이 살짝 굳었다. 하지만 그는 순간 스쳐 지나간 아쉬움을 표정 뒤로 재빠르게 감췄다.
애써 담담한 척 표정 관리에 들어갔다. 자신의 승리를 지켜주기 위해 고군분투 하던 대선배에게 행여 상처가 될까 싶은 속 깊은 배려였다.
고개를 떨군 채 마운드를 내려온 장필준은 이후 띠동갑 후배 원태인에게 다가가 '(승리를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표현을 했다.
손사래를 친 원태인은 이후 덕아웃에서 평소 처럼 환한 미소 속에 활발한 모습을 보이며 선배의 마음의 짐을 덜어주려 애썼다.
팀 퍼스트. 노력이 물거품 된 가장 아쉬웠던 순간, 약관의 청년 투수는 이 평범하고도 가장 중요한 사실을 되새겼다.
마운드에 외롭게 우뚝 선 투수는 동료의 도움 없이 이길 수 없다. 때론 선후배의 실수로 승리를 날릴 때도 있지만, 때론 선후배의 도움으로 공짜 승리도 챙길 때도 있다. 그것이 야구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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