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LG 트윈스 류중일 감독은 신사다.
좀처럼 심한 어필을 하지 않는다. 궁금한 것만 짧게 포인트를 짚고 납득하면 바로 돌아서는 스타일.
하지만 12일 잠실 LG전은 달랐다. 비가 내리는 가운데 5개 구장 중 유일하게 강행된 경기.
LG 선발 김윤식이 1회초를 무실점으로 막은 직후 공수 교대 시간에 우천 중단이 선언됐다.
류중일 감독은 강력 항의했다. 자칫 김윤식만 던지고 노게임이 선언될 수 있었기 때문. 홈팀 LG로선 억울할 법 했다.
우여곡절 끝에 33분 만에 재개된 경기. 승부는 초반부터 치열했다. 자칫 5회가 넘으면 강우콜드게임이 선언될 수 있었기 때문. 우중혈투, 하지만 결국 헛심만 썼다. 2-2 동점이던 3회초를 마친 후 내야에 빗물이 고이자 결국 노게임이 선언됐다.
선발 투수 구창모와 김윤식을 비롯, 선수들이 1시간22분 간 우중혈투 속에 헛심만 쓴 경기. 양 팀의 소모전은 향후 일주일 부작용을 우려할 만 했다.
10개 구단 체제 출범 후 처음으로 성사된 월요일 5경기. 각 팀 사령탑이 우려하던 시나리오가 현실이 됐다.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일주일 내내 숨 가쁜 경기를 치러야 한다. 이 와중에 LG와 NC의 데미지는 더 커졌다.
무더위 장마철, 체력 방전이 우려된다. 당장 많게는 일주일에 두차례 야간 이동을 해야 한다.
부산에 발이 묶인 두산은 부산→잠실→광주로 야간 이동이 불가피해졌다. LG 역시 잠실→사직→잠실의 장거리 야간 이동을 해야 한다. 광주에 머물고 있는 KIA는 광주→대구→광주를 야간 이동해야 한다. 월요일 노게임 선언에, 이동 동선도 빡빡한 LG가 가장 큰 피해 구단이 될 공산이 커졌다.
반면, 잠실→고척→창원으로 이어질 선두 NC, 광주→고척→문학으로 이어질 키움, 대전→잠실→문학으로 이어질 SK, 대전→수원→잠실로 이어질 한화는 언급한 3팀에 비해 상대적으로 양호한 편이다. 하지만 NC는 12일 좌완 에이스 구창모를 빗 속에서 마운드에 올리는 바람에 스케줄이 꼬였다.
사직→사직→대구의 롯데와 수원→대구→대구의 삼성, 수원→수원→창원의 KT는 상대적으로 가장 나은 스케줄의 세 팀이다.
5선발진을 운영하는 대부분의 팀들은 당장 두명의 선발 투수가 일주일에 두차례 마운드에 올라야 한다.
불펜진도 문제다. 휴식 없이 일주일 내내 버텨야 한다. 만에 하나 일주일 내내 접전이 필쳐질 경우 3연투도 감수해야 한다. 야수들 역시 7일 내내 이어질 경기에 녹초가 될 수 밖에 없다. 마운드 자원이 두텁지 못하거나, 이미 방전된 팀들로선 자칫 악몽의 일주일이 될 수 있다.
다행인 점은 시즌 첫 월요일 5경기가 성사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이다.
13일에는 전국에 종일 비 예보가 있다.
모든 사령탑들이 우천 취소를 바랄 수 밖에 없는 상황. 만에 하나 일부 경기만 열린다면 상황에 따라 최악의 팀이 나올 수 있다.
이래저래 고민이 눈덩이 처럼 커진 각팀 사령탑. 지역별 경기 성사 여부에 촉각이 곤두서게 생겼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