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유목민이 1905년 '묵서가(멕시코의 한자음역어) 이민사건'을 다룬 창작극 '돈데보이 Donde voy'를 11일(화)부터 16일(일)까지 소월아트홀에 올린다.
뮤지컬과 영화로 만들어진 '애니깽'과 김영하의 소설 '검은 꽃'의 소재가 된 '멕시코 계약 노동이민' 사건은 참으로 아프고 슬픈 역사다. 20세기 초 '멕시코 드림'을 안고 에네켄 농장으로 팔려간 한인 디아스포라의 모습은 빈부격차와 사회불공평이라는 자본주의 모순이 깊어지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파장을 일으킨다.
1905년 제물포항에서 멕시코 이민선에 오른 1033명의 한인들은 목숨 걸고 노예 같은 생활을 견뎌내지만 막상 계약이 끝난 후에는 갈 곳이 없어진다. 한일합방으로 국적을 잃고, 멕시코 혁명으로 신분증마저 빼앗긴 그들의 선택은 현지인으로 귀화하거나 쿠바로 건너가는 것 뿐. 노래가사로 잘 알려진 스페인어 'Donde voy'는 '어디로 가야 하나요'란 뜻으로, 고국, 가족, 삶의 터전을 떠나야 했던 사람들의 처지를 대변해 준다.
반목과 대립의 시대, 차범석희곡상 당선작 '푸르른 날에'로 많은 사랑을 받은 정경진 작가가 고통의 역사를 무대 위에 재현하는 방식은 주목할 만하다. 그는 과거의 기억을 현재에 소환하여 전 세대와의 화해를 도모하고 연대감을 회복하고자 한다.
연출은 극단 유목민 대표인 손정우 경기대 교수가 맡는다. 손 연출은 2012년, 2013년 서울연극제 연출상, 제3회 셰익스피어어워드 연출상, 2019년 루마니아 바벨 페스티벌 베스트연출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미 국제무대에서 독보적인 무대언어와 연출역량을 인정받은 그는 이번 공연에서도 치밀한 원작 해석과 시청각적 이미지를 활용한 감각적인 무대로 감동을 전할 예정이다.
한민족 이민 수난사를 심도 깊게 표현한 '돈데보이'는 원작의 노고와 고증에 충실한 스토리의 힘, 이태훈, 이화영을 비롯해 폭넓은 연령대의 배우들이 펼치는 연기 앙상블, 중남미 선율이 담긴 라이브 연주로 연극의 묘미와 여운을 담아낼 예정이다.
김형중 기자 telos21@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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