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조금은 아쉬웠던 김광현의 첫 선발등판. 하지만 벤치의 판단이 옳았다.
김광현은 18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시카고의 리글리필드에서 열린 시카고 컵스와의 원정 더블헤더 1차전서 선발등판해 3⅔이닝 동안 3안타(1홈런) 3볼넷 1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우여곡절끝에 시작한 단기 정규시즌에서 김광현은 마무리로 출발했다가 부상 선수들의 발생으로 선발 전환됐다. 개막전이었던 지난달 25일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의 홈경기서 9회초에 등판해 1이닝을 2안타 2실점(1자책)으로 힘겹게 첫 세이브를 기록했던 김광현은 이후 등판 기회가 없었다가 팀내 코로나19 발생으로 인해 격리생활을 했다. 그사이 선발진에 구멍이 생겨 김광현이 선발 투수로 전환됐다.
그리고 18일 자신의 메이저리그 인생 첫 선발 경기가 열렸다. 시카고 컵스와의 원정 경기서 등판한 김광현은 4회말을 마치지 못하고 내려왔다. 선발 투수라면 5이닝 이상은 던져야 하지만 오랜만에 실전 피칭을 하는데다 첫 선발이라 투구수가 60개로 제한됐었다.
실제로 갈수록 구속이 떨어지면서 더이상 피칭은 쉽지 않아 보였다. 김광현의 이날 직구 최고 구속은 91.6마일(147.4㎞)였다. 1회말 2사 만루서 6번 데이비드 보트에게 뿌린 초구 몸쪽 직구로, 유격수앞 땅볼을 유도해냈다. 최저 구속은 2회말 9번 니코 호오너에게 던진 87.5마일(140.8㎞). 3회까지 91마일이 넘는 직구를 간간히 뿌렸던 김광현은 4회 들어 확실히 구속이 내려갔다. 최고 구속이 89.6마일(144.2㎞)로 90마일을 넘기지 못했다. 4회말 이안 햅에게 솔로포를 내준 직구 구속도 88.5마일(142.4㎞)였다.
이는 김광현의 주무기인 슬라이더도 마찬가지였다. 이날 85마일(136.8㎞)이 넘는 빠른 슬라이더를 던졌던 김광현은 2회말 8번 알버트 알모라 주니어에게 86.2마일로 가장 빠른 슬라이더를 던지기도 했는데 4회말엔 7번 조쉬 페글리에게 78.5마일(126.3㎞)로 가장 느린 슬라이더를 구사하기도 했다. 3회부터 슬라이더의 구속이 83마일 이하로 떨어졌고, 그에 따라 슬라이더의 비중이 점차 낮아져 4회말엔 12개 중 2개만 던지기도 했다.
1회말엔 직구(9개)와 슬라이더(7개)만 구사했던 김광현은 2회부터 커브와 체인지업도 함께 던졌다. 특히 커브의 경우는 상대 타자의 타이밍을 뺏기 위해 초구에 구사하는 일이 있었는데 제구가 잘 되지 않아 볼이 많았다. 총 5개 중 스트라이크는 1개 뿐.
코너워크에 신경을 많이 쓴 모습이었다. 가운데로 몰리는 공은 별로 없었고 좌우 코너로 쏠리는 공이 많았다. 1회엔 너무 제구에 신경을 썼는지 스트라이크 존에서 벗어나는 공들이 많았지만 2회부터는 안정감을 보였다.
투구수는 앞으로 자연스럽게 늘어날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선발 마운드에 선 김광현으로선 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본 것에 만족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