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경기를 거듭할수록 존재감은 커지고 있다.
딕슨 마차도가 롯데 자이언츠를 미소 짓게 하고 있다. 위기의 순간마다 명품 수비로 팀을 구하고 있다. 한때 식었던 방망이도 다시 불이 붙기 시작하면서 롯데의 '8치올'을 이끌고 있다.
29일 사직 한화전은 마차도의 존재감을 여실히 확인할 수 있었던 승부였다. 8-0으로 앞서던 롯데는 한화의 거센 추격 속에 7회초 1점차까지 추격 당했다. 2사 만루 위기에서 이성열과 풀카운트 승부를 펼치던 구승민이 뿌린 공이 방망이에 걸렸고, 2루 왼쪽을 살짝 지나쳐가는 타구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마차도가 빠른 발로 타구를 걷어내고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만들면서 롯데는 자칫 역전당할 수도 있었던 최대 위기를 넘겼다. 이어진 7회말 공격에서 마차도는 한화 강재민을 상대로 좌측 폴대를 때리는 솔로포를 만들면서 쐐기점을 만들어냈다. 자칫 한화 쪽으로 넘어갈 수도 있었던 승부는 마차도의 한방으로 다시 격차가 벌어지면서 롯데의 2점차 승리로 마침표를 찍었다.
최근 롯데는 수비 집중력이 처지는 모습을 자주 드러내고 있다. 2연전 체제에 접어들면서 급격히 떨어지는 체력 문제가 결국 수비 집중력으로 연결되는 모양새. 이런 가운데 마차도는 빠른 발과 뛰어난 글러브 핸들링을 바탕으로 '통곡의 벽'과 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에는 내야 수비진을 거의 '하드캐리'하는 실정이다. 타격에선 28일 키움전에 이어 29일 한화전에서도 홈런포를 쏘아 올리는 등 부진의 그늘을 완전히 떨친 모습이다. 마차도의 활약 속에 롯데는 8월 팀 승률 상위권을 마크하면서 KT 위즈, KIA 타이거즈와 치열한 중위권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시즌 개막 전까지만 해도 마차도를 향한 시선은 기대와 우려가 교차했다. 빅리그에서 검증받은 수비 능력, 지난해 마이너리그에서 프로 데뷔 후 첫 두 자릿수 홈런을 만들며 증명한 타격감은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왜소한 체격과 다른 외국인 선수들에 비해 소극적으로 비친 성격 등은 KBO리그 안착의 변수로 꼽혔다. 하지만 마차도는 시즌 돌입 후 제 기량을 펼쳐 보이는 것 뿐만 아니라 넘치는 승부욕을 과시하면서 거인군단의 중심으로 자리를 잡았다. 컨디션 관리를 위한 휴식보다는 출전에 큰 의욕을 보이고, 타석에서 자신이 만드는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할 땐 감정도 스스럼없이 표현하고 있다. 롯데 허문회 감독은 "워낙 승부욕이 강한 선수"라며 흡족함을 드러내고 있다.
남은 시즌 롯데의 중위권 경쟁 판도 역시 마차도의 활약 여부에 따라 갈릴 것이라는 시선이 크다. 내야 수비의 중심축이자 하위 타선의 연결 고리인 그의 역할은 이제 롯데 전력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부분으로 자리 잡았다. 마차도의 활약 속에 롯데가 '8치올'을 넘어 비원의 가을야구까지 닿을지 주목된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