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부부의 세계'부터 '애로부부'에 이르기까지 역대급 '마라맛'이 TV를 점령한 가운데, 틈새시장을 노리는 '순한맛' 예능들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장기화로 인해 '코로나 블루'(코로나로 인한 우울증)라는 신조어까지 생긴 상황에서 시청자들의 마음을 달랠 수 있는 순한 예능들이 주목받는 것.
예능가는 그동안 자극과 더 자극의 연속으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아왔다. 급기야 '19금의 끝판왕'이라는 이름으로 채널A '애로부부'가 등장, 실제 연예인 부부들의 부부생활까지 가감없이 언급하며 '속 시원한 예능'의 새 시대를 열기도 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시청자들의 시야가 급격히 답답해진 틈을 타, 이를 해소해줄 수 있는 예능도 등장했다.
KBS의 효자 예능프로그램인 '1박2일'은 여성 PD인 방글이 PD의 탑승으로 인해 새로운 시대를 열어냈다. 그동안 속고 속이는 멤버들의 게임 전쟁을 주로 담아내고 복불복 게임의 연속으로 시청자들의 웃음을 책임졌던 '1박 2일' 시리즈가 새로운 시즌을 맞아 택한 것은 '순한 맛'. 큰형인 연정훈을 시작으로 김종민, 문세윤, 김선호, 딘딘, 라비에 이르기까지 멤버들이 '순한 맛'으로 똘똘 뭉쳐 서로를 돕는 모습들이 시청자들의 흐뭇한 웃음을 부르고 있다. 특히 매주 펼쳐지는 국내 여행지를 보고 있으면, 시야가 탁 트이는 대리만족을 얻기도. 시청자들은 입을 모아 "전 시즌과는 다른 순한맛이 이번 멤버들의 매력"이라며 엄지를 세우는 중이다.
다양한 연령대, 다양한 종목의 여성 스포츠 선수들이 모인 E채널 '노는 언니'도 점차 그 시청층을 넓혀가는 중. 평생 운동밖에 몰랐던 언니들이 처음으로 다른 종목의 선수들을 만나 어울리고 '노는' 모습들이 시청자들을 흐뭇하게 하는 중. 훈련을 하느라 수학여행은 물론 MT도 가본적 없다던 이들이 자유롭게 놀이를 즐기는 모습이 전파를 탔고, 그동안 타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한정적으로 활용되던 스포츠 스타들의 이미지를 확장하는 효과도 얻었다. 박세리가 그동안 '나 혼자 산다' 등에서 그냥 '돈 많은 언니', '리치 언니' 등으로 불리는 데 그쳤다면, '노는 언니'에서는 리더이자 멤버들을 잘 이끄는 이미지로 분하며 순한 예능의 시작을 이끌고 있다.
KBS가 내놓은 또 다른 예능 프로그램 '박원숙의 같이 삽시다'는 실버세대 여성 연예인들이 함께 생활하는 모습을 공개하며 훈훈한 웃음을 자아내고 있다. 김영란, 문숙, 혜은이 등 출연자들이 한집에 모여 사는 모습이 흥미롭게 그려진다. 그동안 배우로서 가수로서 살아가며 살림에는 익숙하지 않았던 이들이 한 곳에 모여 요리 초보이자 살림 초보로 힘을 합치는 모습은 또 다른 관찰 프로그램인 SBS '미운 우리 새끼'와는 다른 느낌의 웃음을 선사하고 있는 것이다.
인기 예능 프로그램 MBC '나 혼자 산다'의 '코너 속 코너' 개념인 '여은파(여자들의 은밀한 파티)'도 순한맛으로 시청자들을 찾고 있다. '여은파'는 박나래(조지나)와 한혜진(사만다), 화사(마리아)의 '홈트 프로젝트'를 그리는 예능 프로그램으로, '나 혼자 산다' 속 여성 멤버들을 새롭게 조합해 스핀오프 웹예능을 꾸며낸 것. 본 방송 직후 방송되는 '여은파'는 4.4%(닐슨코리아, 수도권 기준) 시청률을 기록하며 동시간대 예능 프로그램 중 1위를 차지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일반 예능 프로그램들 속에서 '연애 몰이'를 하는 등의 일방적 시선에서 벗어나니 '순한 맛'으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자극'을 피하려는 예능가의 시도는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5일에는 SBS가 준비한 파일럿 예능 프로그램 '나의 판타집'이 4.2%, 3.8%(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의 시청률을 올리며 주목받았다. '나의 판타집'은 워너비 하우스와 똑같은 현실의 집을 찾고 살아보며 자신이 꿈꾸는 '판타집'을 구체화하는 과정을 담은 자극 없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이외에도 '정리'의 신개념을 보여주는 tvN 예능 프로그램 '신박한 정리', 정유미와 최우식의 시골살이를 담은 '여름방학', 그리고 성동일, 김희원, 여진구의 '캠핑카 살이'를 그렸던 '바퀴 달린 집'이 순한 맛'으로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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