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의 세계는 때로 이토록 잔인하다. K리그1 각 구단의 명운이 엇갈리던 31일, 파이널B 최종전 현장은 온통 눈물이었다. 잔류의 환희와 강등의 시련, 그리고 상상도 하지 못했던 갑작스런 이별의 아픔까지
성남FC-부산 아이파크전은 한편의 드라마였다. 선수 시절 '진공청소기'로 통하던 상남자, 김남일 성남 감독이 잔류 확정 직후 눈물을 흘렸다. 벤치에서 얼굴을 감싸쥐고 애써 눈물을 참았지만 방송 인터뷰에서 팬들과 선수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그의 두 눈에서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렸다. 이날 성남 탄천종합운동장엔 '죽일 듯이 너희를 욕했지만, 죽을 만큼 너희를 응원한다'는 팬들의 격문이 내걸렸다. 김남일 감독이 믿고 썼던 19세 공격수, '홍시포드' 홍시후가 이날 K리그 데뷔골을 터뜨리며 팀을 강등의 위기에서 구했다. 0-1로 밀리던 후반 21분, 골대 앞에서 수비들을 따돌리고 돌아서며 날린 왼발 슈팅은 절실하고 과감했다. 이대로라면 부산이 잔류, 성남이 강등되는 상황. 후반 32분 홍시후의 필사적인 패스를 이어받은 마상훈의 역전골이 작렬했다. VAR 판독끝에 골이 인정된 순간, 양팀의 운명이 엇갈렸다.
성남에 1대2로 역전패한 후 강등의 운명을 확정지은 부산 아이파크 선수단 역시 눈물이었다. 승점 1점만 있으면 충분했던 부산, 잔류에 가장 유리했던 부산(승점 25)이 성남(승점 28), 인천(승점 27)의 승점 3점과 함께 최하위로 추락했다. 지난 시즌 천신만고 끝에 승격한 지 불과 1년만에 다시 2부로 내려가게 됐다. 올 시즌 최고의 활약을 펼치며 A대표팀 승선의 영광을 맛봤던 공격수 이동준이 이날 짜릿한 선제골을 넣고도 팀을 구하지 못했다. 종료 휘슬과 함께 그라운드에 주저앉아 눈물을 쏟았다.
FC서울-인천유나이티드전은 90분 내내 눈물이었다. 전날 '서울 수비수' 김남춘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K리그와 팬들을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31세, 건장하고 앞길 창창한 축구선수가 서울 송파의 한 건물 주차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예기치 않은 이별에 팬도 동료들도 구단도 망연자실했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대형 전광판에 '당신의 투지를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추모 문구가 떴다. 전반 4분, 4번 김남춘을 추모하는 박수가 울려퍼졌다. 서울 동료 오스마르가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서울을 1대0으로 이기며 또다시 '잔류왕'의 기적을 쓴 인천의 환희의 눈물보다 'K리그 동료' 김남춘의 마지막을 기리는 아픔의 눈물이 진했다. 시즌 최종전이 동료와의 작별이 될 줄은 누구도 몰랐다.
인천과의 마지막 경기가 끝난 후 FC서울 서포터들이 "김남춘!"의 이름을 연호하는 가운데 '영건' 한승규가 골대 앞에 김남춘의 4번 유니폼을 내려놓으며 눈물을 쏟았다. 서울맨으로 김남춘과 동고동락했던 박주영 역시 캡틴 완장을 유니폼 위에 올려놓으며 사랑하는 후배의 마지막을 추모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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