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척=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선발은 최원준이었지만, 3회를 채우지 못했다. 하지만 불펜이 감독의 믿음에 부응했다. 두산 베어스의 플레이오프(PO) 2연승을 이끈 힘은 '벌떼 야구'였다.
두산 베어스는 10일 KT 위즈와의 플레이오프(PO) 2차전에서 승리, 2연승을 달렸다. 역대 KBO리그 PO에서 첫 2연승을 거둔 팀의 한국시리즈 진출 확률은 87.5%(16번 중 14번)에 달한다.
두산은 전날 KT와 혈전 끝에 3대2, 1점차 신승을 거뒀다. 하지만 소모한 투수는 선발 크리스 플렉센과 마무리 이영하 뿐이다. 고스란히 아껴두었던 불펜을 2차전에 쏟아부었다. 선발 최원준(2⅔이닝)에 이어 김민규(1이닝)-박치국(2이닝)-홍건희(2⅓이닝)-이영하(1이닝)의 철벽계투가 이어졌다. 두산은 1회부터 4회까지 매회 실점 위기를 맞이했지만, 고비마다 한 박자 빠른 투수교체로 막 달아오르려던 KT 타선에 찬물을 끼얹었다.
최원준은 올시즌 두산 선발 한자리를 꿰차며 10승(2패)을 올린 신예 투수다. 준PO 때는 불펜으로 뛰었지만, 시리즈 장기화를 대비해 PO에는 선발로 내정됐다. 에이스 라울 알칸타라에게 3차전까지 충분한 휴식시간을 주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날 경기를 앞두고 김태형 두산 감독은 최원준의 조기 교체 가능성을 시사했다. "몸상태는 괜찮다"면서도 "잘 던지면 좋고, 안 좋으면 (다음 투수를)바로 뒤에 붙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선 김민규를 최원준의 뒤에 대기시키고, 다른 불펜투수들 역시 여차하면 빠르게 투입하겠다는 것. 다음날이 휴식일임을 감안한 총력전. 5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에 빛나는 김태형 감독다운 승부수였다.
이날 김 감독의 투수교체는 한 박자씩 빨랐다. 선발 최원준은 2⅔이닝 동안 5안타(1홈런) 1탈삼진 1실점으로 위태로운 피칭을 펼쳤다. 1회 선두타자 조용호의 2루타에 이은 1사 3루 위기를 간신히 넘겼고, 2회에는 1사 만루의 실점 위기를 심우준의 병살타로 가까스로 버텨냈다. 그 사이 두산 타선이 2점을 먼저 따냈지만, 3회 기어코 멜 로하스 주니어에게 솔로 홈런을 얻어맞았다. 밋밋한 141㎞ 직구는 그대로 오른쪽 담장을 넘기는 비거리 120m 짜리 대형 홈런으로 바뀌었다.
김 감독은 즉각 마운드를 김민규로 교체했다. 최원준의 투구수는 48개에 불과했지만, 망설이지 않았다. 김민규는 곧바로 2사 1,2루 위기를 맞았지만, 장성우를 삼진으로 막았다. 하지만 김민규가 4회 배정대의 병살타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2사 1,3루 위기를 맞이하자, 이번엔 박치국을 올려 황재균을 틀어막았다.
박치국은 6회 2사까지 안타 없이 볼넷 1개만 허용하며 2이닝을 잘 버텼다. 이어 등장한 홍건희는 6회 심우준, 7회 조용호 황재균 로하스, 8회 강백호 유한준 장성우를 깔끔하게 퍼펙트로 막아내며 '두산 불펜'의 위용을 과시한 뒤 마무리 이영하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삼진 2개는 덤.
많은 찬스를 놓친 KT의 답답한 타격도 아쉬웠지만, 과감한 투수교체에 사이드암-정통파-사이드암-정통파로 이어지는 투구폼의 변화를 곁들인 두산 투수진 운용의 승리였다.
고척=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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