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왕 이렇게 된 것….'
센스 넘치는 울산 현대 공식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운영자가 아예 '이란 팬 전용 한류 마케팅'을 시작했다. 울산 SNS는 16일 반달 눈웃음이 매력적인 '설스타' 풀백 설영우의 사진을 전면에 내세웠다. 지난달 올림픽대표팀의 이집트 친선대회 출전시 '이집트 왕자님'으로 통했던 설영우 사진 아래 "Dorood(이란어'안녕하세요'), Iranian Fans. Do you know Seol Youngwoo?(두유 노 설영우?)"라는 영문 인사를 달았다. 이란 팬들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 게시물 아래 순식간에 꼬불꼬불 페르시아어 댓글 3700여 개가 폭주했다. 이어 울산 구단은 이날 오후 아예 페르시아어로 SNS 팬 이벤트까지 개시했다.
축구에 죽고 축구에 사는 이란 테헤란에 '울산 현대' 광풍이 불어닥쳤다. 울산은 19일 오후 9시(한국시각) '서아시아 대표' 페르세폴리스(이란)와 결승에서 맞붙는다.
페르세폴리스의 우승을 눈 뜨곤 볼 수 없는 '테헤란 더비' 라이벌 에스테그랄 팬들이 연일 울산을 향한 광적인 온라인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ACL 무대에선 과거에도 이와 유사한 상황이 있었다. 2013년 FC서울와 에스테그랄의 4강전 당시 페르세폴리스 팬들이 FC서울의 SNS에 몰려들어 에스테그랄과 팬들을 비난하는 댓글을 쏟아냈었다. 당시 FC서울은 4강전 승리후 준우승했었다.
7년만의 복수혈전이다. 페르세폴리스가 2년만에 또다시 결승에 오르면서 16강에서 조기탈락한 에스테그랄의 방해공작이 시작됐다. 이들이 울산 SNS를 점령했다. 정작 주인인 울산 팬들은 알 수 없는 꼬불꼬불 페르시아어에 피로감을 호소할 정도다.
에스테그랄 팬들은 지난 13일 울산이 빗셀 고베를 연장 대혈투 끝에 꺾고 결승행을 결정 지은 직후 울산 SNS에 몰려들었다. 저마다 '울산이 우승하길' 간절히 소망하고 있다. 3만 명 남짓 했던 팔로워가 이틀만에 4만 명 가까이 늘었다. 게시물당 200~300개 남짓해던 댓글은 게시물당 기본 3000개다. 2015년부터 4년간 카타르리그 알라얀에서 뛰어, 중동팬들에게도 익숙한 고명진 사진 아래 댓글은 9000개를 훌쩍 넘겼다. 페르세폴리스와의 맞대결 일정을 알린 게시물의 댓글은 1만5000개를 뛰어넘었다.
일부 극성 팬들의 활약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울산 구단 공식 SNS는 물론 운영자 계정까지 귀신같이 찾아내 연일 DM(Direct Mail, 온라인 문자) 폭탄을 투하하고 있다. '에스테그랄 팬들은 울산 현대를 매우 사랑합니다. 골키퍼의 약점은 날개에서 날카로운 십자가입니다'라는 언뜻 암호와도 같은 번역기 한국어에 실소를 금할 수 없지만, 나름 순도 높은 첩보도 있다. 이경민 울산 홍보마케팅팀 사원은 "날개에서 날카로운 십자가(cross)는 아마도 측면에서 날카로운 '크로스'를 말하는 것같다"며 미소 지었다.
에스트랄 팬들은 '경험 많은 센터백 잘랄 호세이니와 후세인 카나니자데간을 조심하라' '시아마크 네마티, 바샤르 라산, 아흐메드 누룰라히가 키플레이어'라며 주요 선수들을 콕 찍어주는가 하면, '페르세폴리스의 수비라인이 상당히 강하지만 수비수들의 발이 느린 편이니 뒷공간을 노리면 득점할 수 있다' '주요 공격수들이 나올 수 없기 때문에 선수비 후역습을 노릴 것'이라는 '꿀팁' 첩보를 쉴새없이 쏟아내고 있다. '페르폴리스 선수들은 상대를 다치게 하는 거친 태클을 하니 조심해라' '경기 후 반드시 도핑 테스트를 받도록 해야 한다'등의 경고와 함께, '페르세폴리스 감독은 울산 경기 리뷰를 통해 수비라인이 강한 전방압박에 취약하다고 분석했다'는 식의 현지 언론 기사 번역본까지 보내며, 장외 '전력분석관' 역할을 자청하고 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