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오늘 왠지 불안 불안하다"던 전희철 서울 SK 감독의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SK가 전주 KCC의 4연패 탈출 제물이 되는 대신, 4연승에서 멈춰섰다.
KCC는 23일 전주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2022~2023 SKT 에이닷 프로농구' SK와의 홈경기서 접전 끝에 73대68로 승리했다.
4연패 탈출과 함께 18승24패를 기록한 KCC는 수원 KT(18승25패)의 6위 자리를 반 게임 차로 다시 빼앗았다. 이날 경기는 1쿼터부터 양 팀 모두 작전타임을 부르지 않은 채 15분 만에 끝날 정도로 숨가쁘게 전개됐다.
내내 전주 팬들의 함성을 자아냈지만 두 팀 감독의 구상은 틀어졌다. 전희철 감독은 "올시즌 지금까지 KCC와 맞대결에서 3승1패 우위지만 1쿼터에 10점대 저득점으로 기선을 빼앗겼다가 뒤에 가서 뒤집는 패턴이 보였다"며 기선 제압 희망을 내비쳤다. 하지만 이날도 1쿼터 스코어는 16-16, SK는 10점대 걸림돌을 넘지 못했다. 그나마 상대를 동점으로 막아 그동안의 전철을 되풀이 하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
전창진 KCC 감독의 바람도 초반부터 빗나갔다. "자밀 워니와 함께 SK의 주 득점 루트인 김선형이 컨디션이 요즘 더 좋아졌다. 김선형을 막는 게 급선무"라던 구상이 무색할 정도로 KCC의 리딩가드들이 매치업 상대가 되지 못했다. 결국 선발 박경상에서 필리핀 선수 에피스톨라에 이어 막내 송동훈까지 줄줄이 교체해야 했다.
그나마 절반의 성공을 거둔 SK가 2쿼터 들어 상대를 13점으로 꽁꽁 묶는 대신 21점을 추가하며 그간의 패턴을 되풀이하는 듯했다. 서로 외곽포가 침묵했고, 리바운드 경쟁도 같았지만 턴오버와 어시스트에서 승부가 갈린 전반이었다. 전반이 끝났을 때 턴오버에서 KCC는 7개, SK는 3개였고 어시스트에서도 SK가 11개로 4개에 그친 KCC에 앞섰다. 김선형 혼자 기록한 어시스트(5개)가 KCC 팀 전체보다 많았으니 말 다했다.
이제 SK는 그동안 그래왔던 대로 특유의 뒷심으로 후반에 약한 KCC의 약점을 파고들면 손쉽게 승리할 분위기였다. 반면 KCC는 하프타임 라커룸에서 불호령이 떨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경기력. 한데 전희철 감독의 불안한 예감은 틀리지 않았고, KCC의 라커룸 미팅은 통했을까.
후반을 시작하자마자 KCC가 완전히 달라졌다. 그 선봉에 이승현이 섰다. 덩치 큰 '소년가장'같았다. 부상 복귀 후 2경기째 출전한 이승현은 부족했던 슛 밸런스를 회복한 듯 연속 3골을 퍼부은데 이어 박경상의 3점슛을 어시스트하며 '팀 정신'을 자극했다. 이승현의 불같은 활약에 SK는 혼란에 빠졌고, 3쿼터 5분여 만에 팀파울에 걸렸다. 이 덕분에 KCC는 자유투로 6점을 추가, 55-48 역전 리드에 성공했다.
거꾸로 KCC가 이제 뒷심 부족의 약점만 탈출하면 될 일. 승부처에서 또 빛난 이는 이승현이었다. 종료 3분58초 전, 김선형의 총알같은 속공 골밑슛을 블록슛한 이승현은 곧바로 골밑슛을 추가하며 상대 추격에 소금을 뿌렸다. 여기에 정창영까지 재치있는 가로채기와 골밑 공략이 살아나니 KCC는 두려울 게 없었다. 전주=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