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절반의 성공이었다.
LG 트윈스 예비역 투수 이상영(23)이 첫 등판에서 희망과 과제를 동시에 남겼다.
이상영은 1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시즌 7차전에 선발 등판, 4이닝 동안 4안타, 4사구 3개, 1탈삼진 2실점 했다. 3-2로 앞선 5회부터 유영찬에게 마운드를 넘겨 노 디시전.
초반에는 불안했다.
복귀전에 긴장한듯 밸런스가 좋지 못했다. 자신의 구속을 충분히 내지 못했다. 패스트볼 최고가 141㎞에 그쳤다. 슬라이더 위력도 반감될 수 밖에 없었다.
1회 선두 김지찬을 안타로 내보냈다. 하지만 이번 시리즈 타격감이 좋지 않은 김현준이 내야 뜬공으로 물러나며 한숨을 돌렸다. 피렐라의 잘 맞은 타구가 중견수 깊숙한 플라이. 강민호 타석 때 1루주자 김지찬을 견제구로 아웃시켰다.
2회 선두 강민호에게 중월 2루타로 또 한번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김동엽 이재현을 내야 뜬공, 김호재를 외야 뜬공으로 잡고 위기를 넘겼다.
3회 밸런스가 흔들렸다. 몸에 맞는 공 2개와 볼넷 등 4사구를 3개나 내주며 위기를 자초했다. 선두 류승민 사구, 김영웅 희생번트 김지찬 볼넷으로 1사 1,2루. 김현준을 1루 땅볼 처리해 2사 2,3루.
피렐라에게 높은 직구를 던졌다가 적시 2타점 2루타로 먼저 점수를 내주고 말았다. 0-2.
하지만 LG 타선은 곧바로 3회말 3득점 하며 이상영에게 3-2로 역전 득점을 안겼다.
우당탕탕 공방 속에 3회까지 지속되던 긴장이 살짝 풀렸다. 4회 선두 이재현 뜬공, 김호재에게 빗맞은 내야안타를 내줬지만 류승민을 변화구로 삼진 처리한 뒤 김영웅을 1루 땅볼로 잡고 임무를 마쳤다. 가장 편안해 보인 4회였다.
전역 후 팀에 복귀한 첫날이었던 13일 잠실 인터뷰에서 이상영은 "군대에서 나와 캐치볼을 하니 힘든 줄도 모르겠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전역 후 바로 4선발 중책을 맡게 된 데 대해 그는 "일단 감독님께서 좋은 평가를 해주셔서 바로 이렇게 선발로 던질 수 있게 됐는데 일단 제가 내일 잘 던져야 제 자리도 생기고 감독님께 믿음도 드릴 수 있다. 제가 잘 던져야 모든 게 다 좋아질 것 같다"고 호투를 다짐했다. 하지만 전날 LG전에 선발 등판한 상무 시절 룸메이트 최채흥의 호투(5⅓이닝 무실점)를 보고난 뒤 상대적 부담감이 커졌다. 최채흥은 이날 경기 전 "상영이가 전화와서 형이 그렇게 던져놓으면 자기는 어떻게 하느냐고 부담돼서 죽을 것 같다고 하더라"며 "나도 3회까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분명히 긴장은 많이 될 것"이라며 웃었다.
지나치게 긴장한 탓에 상무 18승 투수다운 위력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한 점은 아쉬웠다. 그래도 디셉션과 예리한 슬라이더로 고비마다 범타를 유도한 점은 고무적이었다.
총 투구수 65구. 직구와 슬라이더를 각각 27구씩 섞었다. 직구 최고 구속은 141㎞에 그쳤다. 향후 등판에서 긴장을 풀고 밸런스를 잡으면 공 스피드가 올라갈 전망. 슬라이더와 결합하면 공략하기 어려운 투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
LG 염경엽 감독은 이날 경기 전 "투구수를 따로 정해놓지 않았다. 정상적 선발 피처"라고 했다. 하지만 긴장감을 떨치지 못하고 1점 차 역전에 성공하자 이기기 위해 불펜 필승조를 한 템포 빨리 가동했다. 염 감독은 "앞으로 한달은 무조건 선발 기회를 줄 것"이라고 공언했다. 조바심 내지 않고 제 페이스를 찾을 시간은 충분하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