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닷컴 이지현 기자] 개그맨 황기순이 원정도박 당시 심경을 전했다.
10일 방송된 TV조선 '스타다큐 마이웨이'에는 80-90년대 전국민의 사랑을 받은 방송인 황기순이 출연해 자신의 인생을 돌아봤다.
황기순은 만 19세에 개그맨이 되었고 간판 코미디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스타의 길을 걸었지만 1997년 해외 원정도박 사건이 알려지며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전 재산을 탕진하고 필리핀에서 도피 생활을 한 황기순은 정부의 해외 도박사범 사면 조치에 따라 귀국했다.
이날 방송에서 황기순은 "고스톱에 재미를 느꼈다. 돈을 잃더라도 재미있게 놀다 집에 가기도 했고 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도 자꾸 본전 생각이 났다. 도박이라고 생각을 못했다. 본전을 위해 또 했다고 돈을 잃었다"며 "상황이 안 좋을 때 돌파구로 카지노를 선택했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그는 "(도박을 할 때) 30분만에 8000달러 정도 없어졌다, 처음에 돈 잃었을 때는 다음에 와서 꼭 이겨야지 생각했다, 세 번 네 번 다섯 번 정도 갔을 때는 '이러면 안 되는데' 싶더라, 비행기 타기 전에 생각했는데 이미 몸을 실었고 멈출 수가 없더라. 깊은 구덩이에 들어가 있는 거다"라고 덧붙였다.
황기순은 "뉴스에 나온 걸 들은 시간이 오후 5시여서 밝을 때였는데도 몸이 착 가라앉는 것처럼 느껴지더라, 이런 일이 벌어지는구나 싶고 어떻게 죽어야 하나 싶었다"라며 "(도피 생활을 하며) 밥을 먹을 기회가 생기면 배가 터지게 욱여넣었다. 버텨야 되니까. 김치라도 구하면 무생채처럼 찢어서 아껴 먹었다"라며 울컥했다.
그러면서 "어머니가 '엄마가 대신 손가락질 받을게 살아있어라'고 했다, 세상 사람들이 다 외면하고 내팽겨쳐도 결국 나를 일으켜 세우는 것은 가족이다. 가족들이 나를 위해서 걱정하고 기도한 것이 얼마나 컸겠나"라고 덧붙여 눈길을 끌었다.
필리핀에서 노숙자 생활을 하며 도피를 이어간 황기순은 동료들의 도움으로 귀국할 수 있었다. 황기순은 "김정렬 선배가 나를 만나러 필리핀에 왔다. 김정렬 선배가 내게 돈을 건넸는데 돈 봉투에 '기순아 죽지만 말고 살아서 돌아와라'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이어 "한국에 어떻게 들어갈지 막막했는데 당시 해외 도피 사범 자수 기간이라고 하더라. 자수하면 법적으로 죗값을 조금 감해주는 제도가 있었는데 그 덕분에 용기 내 돌아왔다. 1년 9개월 만에 한국으로 돌아왔는데 사복 경찰 두 분이 와서 안내했다. 그들을 따라갔다. 정식으로 다 재판도 받았다. 판사가 '재기할 자신 있냐'는 질문을 하더라. 무조건 앞만 보고 열심히 살겠다고 했다. 그랬더니 '재기 못하면 형을 두 배로 늘리겠다'고 했다. 재기해 사회 일원이 되라는 취지로 이야기를 해 주신 건데 그땐 얼이 빠져서 의미를 못 알아 들었다"고 말했다.
황기순은 20년 넘게 '거리 모금 기부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그는 "필리핀 도박 사건을 잊지 않고 마음 깊이 교훈으로 남겨, 지난날의 과오에 대해 계속 속죄하고 싶은 마음을 담아 지금까지 하고 있다"면서 가수 박상민, 김용임, 진성 등이 행사에 함께 참여했다.
한편 재기에 성공한 황기순은 2005년 재혼해 2009년 득남했다. 현재는 기러기 아빠로 지내고 있다고. 황기순은 "기러기 6년차다. 가족들은 (해외에) 나가있다. 아이들이 잘 적응하고 즐거워한다. 방학 때 오가며 지낸다. 아내와도 서로 이해해주고 있어서 부부 애정 전선에 이상은 없다. 아들도 아직도 나랑 자려고 한다"며 웃었다.
olzllove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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