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중국)=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대한민국과 쿠웨이트의 아시안게임 조별리그 첫 경기가 열린 중국 항저우 진화시 진화스타디움 동쪽 스탠드에서 전북 현대의 녹색 유니폼을 입은 두 팬이 태극기를 열심히 흔들었다.
하프타임에 만난 3년차 커플 박현우씨(33)와 이주윤씨(31)는 "(백)승호 선수를 보러 한국에서 이곳 항저우까지 왔다"고 말했다. 본지의 18일자 '스물여섯에 산전수전 다 겪은 울보 백승호, 항저우AG 금메달로 기쁨의 눈물 흘린다'는 기사를 접하자마자 항저우행을 결심했다는 이씨는 "승호 선수가 자카르타-팔렘방 대회를 부상으로 놓친 걸로 알고 있다. 늘 마음이 좋지 않았다. 승호 선수가 12월에 입대한다. 이번엔 꼭 금메달을 땄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응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솔직한 마음으로 금메달을 딴 뒤 다시 스페인에 가서 꿈을 펼쳤으면 좋겠다"고.
백승호는 이날 중앙 미드필더로 선발출전해 정우영(슈투트가르트)과 조영욱(김천)의 연속골로 한국이 1-0으로 앞선 전반 44분 그림같은 프리킥으로 3번째 골을 넣었다. 눈 앞에서 백승호의 프리킥 골을 '직관'한 이씨는 "안 그래도 경기 전 남자친구와 '오늘 승호가 골을 넣으면 눈물이 날 것 같다'고 했는데, 진짜 눈물이 나더라. 소리도 질렀다"고 말했다. 전북 서포터인 박씨와 백승호팬인 이씨는 백승호의 전북 유니폼을 구하는 과정에서 친해져 사귀게 됐고, 내년에 결혼할 예정이다. 백승호가 맺어준 인연인 셈.
이날 경기에선 전북의 녹색 유니폼뿐 아니라 FC서울, 국가대표팀 유니폼을 입은 팬들도 만날 수 있었다. 21일 합류 예정인 이강인(파리생제르맹)의 국가대표 18번 유니폼을 입은 최배훈군(18)은 "대학에 합격한 뒤 어머니와 함께 아시안게임 대표팀을 응원하러 왔다. 2경기를 보고 한국으로 돌아갈 계획이다. 유니폼은 이강인 선수 걸 입었지만, (백)승호 선수도 응원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서울 유니폼과 미트윌란 유니폼을 모두 챙겨온 이한나(25)씨는 수비수 이한범(미트윌란)의 팬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지난여름 서울을 떠나 유럽에 진출한 이한범이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뛰는 모습을 보니 "벅차서 눈물이 날 것 같다. 너무 기특하다고 할까. (서울에서 보던 것과는)느낌이 다르다"고 소감을 말했다. 이한범이 유럽 무대에 진출하면서 자주 못 보게 생겼지만 더 높은 클럽으로 진출하는 것을 진심으로 응원한다고 했다. 이씨는 "올림픽은 없다. 여기서 끝내야 한다. 무조건 군면제!"라고 외쳤다. 십년 뒤에는 서울로 돌아와달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동석한 김혜빈씨(29)는 박재용(전북)의 팬이다. 그는 "재용 선수가 못 나와 아쉽지만, 곧 출전할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박재용은 후반 10분 고영준(포항)과 교체투입해 김씨가 보는 앞에서 후반 35분 팀의 8번째 골을 터뜨리며 대승에 기여했다. 김씨 옆에 앉은 배예은씨(24)는 인천을 응원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번 대표팀엔 인천 선수가 없다. 배씨는 "괜찮다. 인천의 자식인 정우영 선수를 응원하고 있다"며 웃었다. 이날 해트트릭을 기록한 정우영은 인천 유스 출신이다.
선수들은 기록적인 9대0 대승을 거둔 뒤, 경기장을 한바퀴 돌며 목청껏 응원한 팬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두 커플이 있는 쪽을 향해 손 인사를 한 백승호는 "두 분이 한국에서 온다는 걸 알고 있었다. 너무 감사드린다"며 "두 분과 같은 팬들 덕분에 힘을 내서 뛴다. 경기장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는게 (응원에)보답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진화(중국)=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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