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LG 트윈스-롯데 자이언츠전이 열린 지난 5일 부산 사직구장.
1-5로 뒤진 롯데의 8회초 수비에 데뷔전을 치르는 투수가 올라왔다. 사이드암 투수 우강훈. 야탑고를 졸업하고 2021 신인드래프트에서 2차 5라운드 전체 41순위로 입단한 고졸 3년차 투수.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은 전력이 있고 현역으로 입대해 지난 5월에 제대한 군필 투수였다.
그런데 1위 팀인 LG를 상대로 인상적인 피칭을 했다. 첫 타자인 정주현을 상대로 공 4개를 모두 직구로만 던져 우익수 플라이로 잡았다. 최고 151㎞의 빠른 공을 뿌렸다. 이어 베테랑 서건창과 신인 김범석을 차례로 범타 처리하고 8회를 끝마친 우강훈은 9회초에도 나와 손호영 김기연 신민재를 차례로 잡아내고 첫 등판을 2이닝 무안타 1탈삼진 무실점의 퍼펙트 피칭으로 마쳤다.
두번째 무대는 잠실이었다. 9일 LG전에 8-1의 여유있는 리드 속에 9회말 올라왔다. 선두타자 문성주와 풀카운트 승부 끝에 볼넷을 내줬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돌아온 대타 문보경을 빠른 직구로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운 우강훈은 서건창에게 초구에 안타를 맞았지만 김범석을 3루수 앞 병살타로 잡아내고 경기를 끝냈다. 이날 매진(2만3750석)에 가까운 2만2807명의 많은 관중이 찾아 양팀이 열성적인 응원전을 펼쳤기에 우강훈에게 긴장이 컸을 수도 있었지만 잘 마무리 했다.
롯데 이종운 감독대행은 우강훈의 가능성을 높게 봤다. "전에(5일) 한차례 던졌을 때 좋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관중이 많아서 부담되지 않을까 했는데 잘 던지더라"면서 멘탈적인 부분에서도 좋은 평가를 했다.
이 대행은 이어 "아직 경험이 없기 때문에 쓰기가 부담스러울 수도 있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서 던지도록 하고 있는데 좋은 기량을 보여주고 있다"라고 했다.
우강훈을 두번 상대한 LG의 염경엽 감독도 매우 인상적으로 지켜봤다. 염 감독은 "부산에서 봤는데 공도 빠르고 좋더라"면서 "저런 선수를 왜 2군에 뒀나 모르겠더라. 내년에 필승조로 쓸 수 있는 투수"라고 말했다. 올해 군에서 제대하고 왔다는 얘기를 듣고서야 이해를 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
염 감독은 올해 고졸 신인인 박명근을 필승조로 기용했다. 우강훈도 박명근과 같은 사이드암 투수인데 빠른 직구에 커브와 슬라이더, 체인지업 등 변화구도 다양해 불펜 투수로 쓰임새가 있을 듯하다. 잠실=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