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내년이면 프로 8년차다. 언제 야구를 그만둘지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내년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하고 있다."
한때 메이저리그 직행을 노크할 만큼 압도적인 유망주였다. 1m97의 큰 키에도 밸런스 잡힌 탄탄한 체격이 돋보인다. 4억 5000만원이란 계약금이 그를 향한 기대를 증명한다.
하지만 프로 7시즌 동안 1군에서 제대로 뛴 건 1년 뿐이다. 실망스러운 현실을 딛고 다시 뛴다. 롯데 자이언츠의 '아픈손가락' 윤성빈(24)이다.
16일 김해 상동 연습장에서 만난 윤성빈의 표정에선 남다른 결심이 엿보였다. 윤성빈은 "이러다 야구 진짜 그만둘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내년이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열심히 (훈련)하고 있다"고 했다.
고교 시절 최고 154㎞의 불꽃 직구를 선보여 뜨거운 관심 속 1차 지명으로 롯데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었다.
프로 2년차였던 2018년엔 18경기(선발 10)에 등판, 50⅔이닝을 소화하며 2승5패 평균자책점 6.39를 기록했다. 윤성빈에게 밝은 미래는 약속된 현실인 것만 같았다.
프로 무대의 벽은 녹록치 않았다. 이후 윤성빈이 1군에서 던진 건 2019년 1경기(⅓이닝) 2021년 1경기(1이닝)가 전부다.
올해 2월 스프링캠프 당시 선수단 전체 달리기를 하면 김진욱-최준용과 함께 최상위권에 이름을 올릴 만큼 뛰어난 운동신경을 지녔다. 압도적인 큰 키에 근육으로 다져진 단단한 체형이 빛났다. 긴 다리를 쭉쭉 뻗으며 빠르게 달리는 모습은 오랜 부진에도 그를 기대하는 이유를 알만 했다.
올해야말로 다를 거라고 다짐했다. 하지만 이번엔 부상에 발목을 잡혔다.
그동안 가장 큰 문제는 제구였다. 실전에 쓰기 힘들 만큼 커맨드가 잡히지 않았다. 윤성빈은 지난 실패의 원인으로 '큰 키를 활용해야한다는 압박감'을 꼽았다. 무리하게 팔을 올려 던지다보니 어깨에 부담이 커졌고, 구속은 올랐지만 제구가 흔들렸다는 것.
'가장 좋았던 시절'을 떠올리며 고교 시절의 쓰리쿼터에 가까운 폼으로 팔을 내렸다. 오버핸드, 사이드암 같은 이론은 이제 중요하지 않다. 무엇보다 스스로에게 맞는 폼을 찾는 과정이다.
윤성빈은 "어릴 때는 팔이 낮은 편이었다. 그냥 편하게 던지는 폼이었는데, 키가 워낙 크다보니까 나도 모르게 팔이 올라갔다"고 돌아봤다.
이어 "나이는 점점 들고, 구속을 의식해 자꾸 세게 던지려다보니 어깨에 무리가 갔다. 매년 안될 때마다 이것저것 바꾸느라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자꾸 투구폼을 만들기보단 최대한 자연스럽게 던지려고 노력중이다. 욕심을 버리고 내 몸에 맡겼다"고 설명했다. 팔 높이를 낮춰도 140㎞대 중반을 쉽게 던지는 축복받은 신체다.
김태형 감독과 주형광 투수코치도 윤성빈을 주목하고 있다. 김 감독은 "워낙 신체조건이 좋은 선수라서 지켜보고 있다. 지금은 팔을 내려서 던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4년만에 윤성빈을 다시 만난 주코치 역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고 한다. 감독님과 의논하에 지금은 하고 싶은대로 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배영수 전 2군 총괄의 도움으로 세트와 방향성을 확실히 잡았다고. 경기를 운영하는 노하우도 쌓이고, 자신감도 얻은 윤성빈이다. 그는 "진짜 마음 제대로 먹고 열심히 했는데 몸이 안 도와주더라"면서 "이젠 부상만 없으면 된다"고 의지를 다졌다.
"사실 몇년째 안 좋다보니 자신감이 많이 줄었다. 마운드가 불편한 장소가 됐다. 자존심 때문에 인정하지 않았을 뿐이다. 배 코치님 덕분에 마운드에는 이제 잘 적응했다.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더이상 후회가 없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윤성빈은 오랜 부진에도 믿고 응원해주는 팬들에게도 감사 인사를 남겼다.
"진짜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했는데…응원해주시는 분들이 너무 많다. 그래서 더더더 하나라도 해보자는 마음이 들었다. 철이 든 게 아닐까. 내년에는 1군에서 꾸준히 던지는게 목표다. 가운데만 보고 시원하게 때리겠다."
김해=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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