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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빌딩 끝났다' 한화-롯데, '가을 소외' 설움 벗고 韓야구 르네상스 이끈다 [SC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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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돌아온 괴물' 류현진은 5년간 잠들었던 대전의 가을을 깨울 수 있을까. 명장은 매년 가을 숨죽였던 부산에 뜨거운 함성을 선물할까.

한화 이글스와 롯데 자이언츠는 2024년을 터닝포인트 삼아 날아오를 수 있을까.

지난해는 LG 트윈스의 시간이었다. 정규시즌 1위에 이어 한국시리즈 통합우승까지 이뤄냈다. LG 구단으로선 이광환 전 감독의 1994년 이후 무려 29년만에 맛본 감격이었다. 최근 꾸준히 가을야구에 진출하며 강팀 반열에 오른 명문구단. 하지만 가을무대에서 작아졌다. 그 불안감을 새로 부임한 염경엽 감독과 '캡팀'이자 프랜차이즈 스타 오지환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 극복했다. 어려움을 딛고 한마음으로 이뤄낸 우승이었기에 더욱 각별했다.

이로써 21세기에 한국시리즈 우승이 없는 팀은 한화 이글스(1999)와 롯데 자이언츠(1984, 1992) 뿐이다. 유독 2024년을 벼르며 준비해온 두 팀.

가을야구 기억이 가물가물 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롯데의 마지막 포스트시즌은 이대호가 미국에서 돌아온 2017년. 최근 11년간 그 해가 전부다. 제리 로이스터 전 감독(2008~2010)과 양승호 전 감독(2011~2012) 당시 5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의 환희는 아스라히 잊혀졌다. 심지어 마지막 한국시리즈 진출은 20세기인 1999년이다. 2001년 데뷔한 이대호는 끝내 한국시리즈 그라운드를 밟지 못한 채 은퇴했다.

한화는 롯데보다 더 목마르다. 가을야구를 못한 시기 자체는 2018년으로 롯데보다 1년 짧지만, 그 이전은 무려 2007년 플레이오프까지 거슬러 올라가야한다. 16년간 단 1번의 가을야구를 했다.

롯데가 그래도 꾸준히 가을야구 경쟁에 참전한 반면, 한화는 최근 5년간 '9-10-10-10-9위'로 순위싸움과도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두 팀 모두 올해는 다르다. '승리 DNA'를 손에 넣었다. 격변의 시즌, 포스트시즌 진출을 향한 의지와 자신감이 가득하다.

한화는 류현진이 돌아왔다. "힘이 남아있을 때 한화로 돌아와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고 싶다"던 그의 말은 진심이었다. 아직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뛰기에 충분한 기량에 적지 않은 러브콜을 외면하고 친정팀 한화로 돌아왔다.

시범경기에서 보여준 류현진의 구위와 제구는 명불허전이었다.

메이저리그 11년의 관록이 빛났다. 부상 복귀시즌인 지난해 빅리그에서 11경기에 선발등판, 3승3패 평균자책점 3.46을 기록한 그다. 말 그대로 팀 전력에 현역 메이저리거 한명을 그대로 추가한 모양새.

예전보다 외인들의 수준이 많이 올라갔다지만, 여전히 빅리그 경험만 있어도 괜찮은 투수로 평가된다. 5선발 정도라도 풀타임 로테이션 멤버 정도면 '현역 빅리거'로 기대가 커진다. 지난해 NC 다이노스에서 뛰며 MVP를 수상한 에릭 페디가 그랬다. 류현진 정도면 명실상부 1선발 에이스다.

류현진 가세와 함께 다소 허전해보이던 선발 라인업이 단숨에 꽉찼다. 검증된 외인 듀오 페냐-산체스는 계산이 선다. 지난해 각종 국제대회를 통해 '국가대표 에이스' 폭풍성장한 문동주가 뒤를 받친다. 투구수를 채우지 못한 탓이긴 하지만 문동주는 5선발로 개막을 맞는다. 다른 팀과의 선발 매치업에 불균형이 생길 수 밖에 없는 부분. 그만큼 한화 선발진이 강해졌다는 방증이다. 선발 마지막 한자리를 놓고 베테랑 김민우와 루키 황준서가 끝까지 경쟁했다. 최후의 승자는 2021년 14승에 빛나는 김민우였다. 완벽하게 구위를 회복해 기대를 높인다. 황준서는 퓨처스리그에서 출발한다. 선발 공백이 생기면 바로 대체할 수 있는 자원이다.

타선 역시 강하다. 지난해 홈런왕 노시환이 있고, 지난해 영입한 채은성에 안치홍까지 더해졌다. 신예 문현빈의 성장세도 가파르다. 가을야구 후보가 되기에 손색 없는 전력을 갖췄다.

롯데도 희망이 넘친다. '명장' 김태형 감독과 손잡았다. 2015년 두산 사령탑 부임과 동시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고, 이후 7년 연속 진출, 총 3번의 우승을 차지했던 명장.

거침없이 몰아치는 승부사의 본능을 지닌 그다. 확신이 서면 신예를 망설임 없이 쓰는 조련사의 면모도 젊은 선수들이 많은 롯데와 잘 맞는다. 현장과 떨어진 1년간 해설위원으로 지내면서 갖춘 객관적 시선도 무시할 수 없다. 부임 직후 "첫해 가을야구, 3년 안에 우승"을 외친 자신감은 오랜 실패 속에 지친 롯데팬들의 잠자던 희망을 깨웠다.

도드라진 보강은 없지만 기본적으로 약한 전력이 아니다. 특히 마운드가 탄탄하다.

선발도 불펜도 어느 팀 못지 않은 짜임새가 있다.

가장 믿을 건 역시 선발진. 윌커슨-반즈에 박세웅-나균안-이인복으로 이어지는 5선발이 탄탄하다. 최준용-구승민-김원중으로 이어지는 검증된 불펜진도 있다. 좌완 스페셜리스트 진해수도 가세했다.

지난해 아시안게임을 통해 박세웅 나균안 윤동희 등 투타의 핵심 멤버들이 병역 특례를 받은 점도 인상적이다. 젊은피들의 '스텝업'에 대한 기대치도 뜨겁다. 특히 각종 국제대회를 통해 폭풍 성장한 윤동희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김민석과 한동희가 부상으로 잠시 빠져있는 시즌 초 위기를 극복하는 것이 최후의 변수가 될 전망이다.

지난해 우승팀 LG가 건재하고, 투타 모두 탄탄한 KIA가 우승후보 1순위로 꼽히는 올해다. 여기에 한화와 롯데까지 함께 하는 포스트시즌이 된다면? KBO리그에 전에 보지 못한 거대한 흥행의 물결이 휘몰아 칠 전망이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