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김)재환이는 이제는 준비가 된 거 같습니다."
지난 시즌을 앞두고 두산 베어스 사령탑에 부임한 이승엽 감독은 키플레이어로 김재환(36)을 꼽아왔다.
김재환은 2018년 잠실에서 44홈런을 날리며 홈런왕에 올랐다. 신인 때부터 타고난 힘을 자랑했던 그는 2016년 37홈런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거포로서 존재감을 보여줬다.
지난해 지독한 슬럼프와 싸웠다. 132경기 출장을 하면서 간신히 두 자릿수 홈런(10홈런)을 맞췄다. 8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 행진을 이어갔지만, '잠실 거포'라는 명성에는 다소 어울리지 않은 숫자였다.
이 감독은 시즌 내내 김재환의 활약을 강조했다. 김재환이 존재감을 보여주면 타선 전반이 살아난다는 생각이었다.
이 감독의 바람과 다르게 김재환은 끝내 반등에 실패했다.
이 감독이 직접 나섰다. 마무리캠프에서 김재환에게 전담으로 붙어 1대1 코칭을 했다. 이 감독은 현역 시절 '라이온킹'으로 불리며 KBO리그에서 467개의 홈런을 날린 거포다. 개인 통산 1위 타이틀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이 감독은 김재환과 꾸준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훈련을 하면서 문제점을 짚어나갔다.
김재환 역시 '절치부심'하며 비시즌을 준비했다. 마무리캠프를 마치고는 미국으로 넘어가 메이저리그 출신 강정호의 레슨장에서 지도를 받았다. 강정호는 현역 시절 유격수 포지션에서 홈런 및 장타를 꾸준하게 생산해냈다. 미국에서는 '킹캉 (KING KANG)'으로 불리기도 했다.
스프링캠프부터 달라진 타구질을 보여준 김재환은 시범경기 8경기에서 타율 4할4푼4리 1홈런을 기록했다. 장타율은 0.722에 달했다.
이 감독도 만족감을 보였다. 단순히 타율이 높은 것이 아닌 확실하게 타구 방향과 질이 모두 개선됐다는 평가다.
이 감독은 시범경기 막바지 김재환 이야기에 "이제 준비가 된 거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이 감독은 "타구 방향이 그동안은 우측으로 몰려있었다. 좌측을 전혀 이용하지 못했다. 첫 경기부터 밀어치는 모습이 나왔고, 좌측과 중간, 우측으로 타구가 골고루 가면서 좋은 결과가 나오고 있다"고 했다.
규정도 김재환의 부활을 돕고 있다. KBO는 올 시즌부터 수비 시프트를 제한하기로 했다. 2루 베이스를 기준으로 양쪽에 두 명씩 자리해야 한다. 당겨치는 타구가 맣았던 김재환이 타석에 들어설 때면 상대 수비는 극단적으로 우측에 수비루를 많이 배치하기도 했다.
이 감독은 "작년 같았으면 잡혔을 타구가 이제는 안타가 나오기 시작했다. 잘 맞든 아니든 안타가 나와야 선수들은 마음이 편해지니 그런(시프트) 부분은 간과할 수 없는 거 같다. 모든 면이 김재환에게 긍정적인 요소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한편 두산은 23일부터 창원NC파크에서 NC 다이노스와 개막 2연전을 한다. 두산은 라울 알칸타라가 선발로 나서며, NC는 카일 하트가 선발로 등판한다.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