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쓸 데 없는 소리 말고 야구나 해."
박민호(32·SSG 랜더스)는 '빵집 아들'이다. 그의 이름 한 글자가 들어간 이름으로 경기도 시흥에서는 꽤 유명한 맛집으로 알려졌다.
2014년 신인드래프트 2차 3라운드(전체 33순위)로 SK(현 SSG)에 입단한 그는 2020년 52이닝 11홀드를 기록하며 '필승 계투'로 활약했다. 그러나 2022년과 2023년 2년 간 32경기 출전에 그쳤다.
진지하게 야구를 더 해야하나 싶었던 고민의 시기. 박민호는 아버지께 "나도 빵 만들까"라며 조심스레 은퇴 생각을 내비쳤다. 돌아온 답은 "쓸 데 없는 생각하지 마라"였다.
아버지의 '독한 한 마디'에 박민호는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았다.
박민호는 "내가 MBTI가 'T'다. 그래서 위로보다는 이런 '팩폭'이 더 나은 거 같다"고 웃었다.
지난 1일 박민호는 또 하나의 결실을 얻었다. 대전 한화 이글스전에서 2-6으로 지고 있던 5회말 등판해 2이닝을 막았다. 그 사이 팀이 역전에 성공했고, 8대7로 승리했다. 박민호는 2022년 4월5일 수원 KT전 이후 757일 만에 승리 투수가 됐다. 박민호가 멀티이닝을 소화한 건 2021년 10월24일 대구 삼성 라이온전에서 2⅔이닝을 소화한 이후 920일 만이다.
박민호는 "구단 영상에서 '2이닝 무실점에 승리투수가 되면 어떻게 할 건가'라는 이야기가 있는데 내가 '껌이다'라고 했다. 2군에서는 2이닝을 많이 던졌는데 1군에서는 이렇게 많이 안 던진 줄 몰랐다. 그런데 진짜 이렇게 됐다"고 이야기했다.
경기를 마친 뒤 박민호는 그 동안의 마음고생을 이야기했다. 경기 종료 후 인터뷰에서 "작년에 야구인생에 마침표를 찍을 고민을 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박민호는 "말 실수한 거 같다. 연락 많이 왔다"고 정정하며 웃었다. 이제는 웃으면서 이야기했지만, 고민 만큼은 진심이었다.
박민호는 "지난 2년 동안 경기에 많이 못 나갔다. 1군에 있으면서 한 달 정도 못 나가기도 했는데 그 시간 동안 나를 되돌아볼 수 있었다. 어릴 때부터 야구를 좋아했고, 야구하기 전에도 문학구장(SSG랜더스필드)에도 많이 갔는데 이제 그 야구의 페이지를 덮어야 하나 그런 생각을 많이 했다. 그랬는데 이런 날이 왔다"고 했다.
'은퇴'를 만류했던 부모님의 기쁨도 크기는 마찬가지. 박민호는 "아버지께서 '기적'이라고 하시더라. 2021년에도 대전에서 백투백투백투백 홈런이 나와 승리투수가 된 적이 있다. 이번 승리도 놀라운 일이지만 우리 타자들은 그만큼 잘친다"고 말했다. 2021년 6월19일 대전 한화전으로 최정-한유섬-제이미 로맥-정의윤이 연속 타자 홈런을 날린 날이다. 박민호는 당시 두 번째 투수로 올라와 2이닝 2안타 4사구 2개 2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하며 승리 투수가 됐다.
약 2년 만에 다가온 승리에 박민호는 또 하나의 얼굴을 떠올렸다. 박민호는 경기 후 "강화도에서 지난 기간 동안 함께한 후배들이 떠올랐고, 지금도 선수들이 열심히 하고 있겠지만 후배들도 (언젠가) 1군 무대에서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다는 응원의 메시지를 전해 주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마침 '신인' 정준재가 지나갔고, 박민호는 정준재를 부른 뒤 강화도의 힘든 훈련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박민호는 "강화도 훈련이 상당히 힘들다. 선수들이 힘들어 할 수 있고, 지친 선수도 있다. 약간의 동기부여와 '너희도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고 했다.
박민호는 "이제 나가라고 하면 싸워서 이길 준비를 하고 있다. 올 시즌 목표보다는 루틴을 꾸준하게 소화하려고 한다. 강화도에서 열심히 해오니 이렇게 좋은 결과도 있다"며 강화도 후배들에게 희망을 주는 꾸준한 활약을 다짐했다.
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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