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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 결과, 남편은 본인이 말한 시간에 실제로 외출을 했지만 CCTV를 피해 집안으로 다시 들어갔다. 또 아내를 "집 밖에 돈가방이 있다"라고 유인, 자신이 외출한 뒤에도 살아있는 아내의 모습이 CCTV에 찍히게 하는 등 치밀하게 알리바이를 꾸몄다. 그런 뒤 공구함에 있던 고무망치로 큰 아들, 아내, 막내 아들까지 차례로 공격했다. 급기야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가족들을 향해 "하... 왜 이렇게 안 죽어"라며 짜증을 내고는 주방에 있던 칼을 들어 모두를 살해했다. 그리고는 "아디오스(adi?s), 잘 가"라는 마지막 한 마디를 남겨 모두의 치를 떨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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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박지선 교수는 "남편의 '다중인격'이라는 표현이 주장하는 바는 '나는 원래 착한 사람인데 피해자들 때문에 나의 악한 면이 튀어 나왔다'라는 내용이다. 결국 피해자 탓을 하는 것이다"라고 꼬집었다. 그리고 남편의 심리에 대해서는 "무시당하는 것에 예민하고 취약한 편"이라며, "사람들이 나를 무시한다는 사고의 기저에는 내가 나를 부정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남들도 나를 무시할 거라는 염려가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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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김성자 씨는 전화가 걸려온 번호로 무작정 계속 전화를 걸어 온갖 욕을 퍼부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보이스피싱범 쪽에서 다시 김성자 씨에게 "제발 좀 구해달라. 이런 일인지 정말 몰랐다"라며 절박한 전화를 걸어왔다. 그러면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총책을 잡아달라며 그에 대한 정보를 넘겨주었다. 이에 김성자 씨는 '범죄 신고 보상금 최대 1억 원'이라고 쓰여 있던 경찰 홍보물을 떠올렸다. 결국 피싱범과 공조한 김성자 씨는 총책의 신원, 제보자가 직접 쓴 자필 진술서, 실제 피해자 명단, 범행 근거지에 관한 정보까지 확보했다. 그러나 경찰은 김성자 씨의 말을 무시하며,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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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날 '한끗차이'에서는 영화 '시민덕희'에서도 나오지 않은 비하인드 스토리가 공개됐다. 혼자서, 그것도 7번이나 구치소로 면회를 갔다는 김성자 씨에게 총책이 "나는 이 일과 아무 상관없다. 다 아줌마랑 통화한 그놈이 한 짓이라고 증언해달라. 원하는 대로 돈 다 드리겠다"라며 협상을 시도했다는 것이었다. 이에 김성자 씨는 "나 때문에 그놈의 형량이 깎이는 걸 견딜 수가 없었고, 내가 아이들 엄만데 이익을 위해서 거짓말을 할 순 없었다"라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그 협상을 무시한 것이 "내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이라고 뿌듯해하기도 했다. 박지선 교수는 김성자 씨에 대해 "처음부터 끝까지 무시를 당했지만 흔들리지 않은 단단한 자존감을 가진 분"이라고 표현했다. 또, "과거에는 자존감을 높고 낮음으로 표현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자존감이 얼마나 안정적인가 하는 것"이라며, "내가 생각하는 나의 가치가 다른 사람의 평가에 쉽게 흔들리지 않고 나의 결함도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 안정적인 자존감을 가지는 길"이라고 설명했다.
다음 주에는 무책임이 불러온 회피 '음주운전 살인마'와 총격 사건 이후 인생이 뒤바뀐 '2천억 그림 천재', 두 사람의 결정적인 '한 끗 차이'에 대해 살펴본다. 인간 심리 분석쇼 '한끗차이'는 매주 수요일 저녁 8시 40분 방송된다. tokki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