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식사마 인생에 춤이 빠질 수 없다.
'식사마' 김상식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이 '동남아 축구 정상에 오르면 힙합 댄스를 추겠다'는 지난해 10월 공약을 3개월만에 지켰다.
김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은 5일(한국시각) 태국 방콕의 라차망갈라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년 동남아시아축구연맹(AFF) 미쓰비시컵 결승 2차전에서 태국을 3대2로 꺾고 1, 2차전 합산 점수 5대3으로 대회 우승컵을 차지했다. 2018년 박항서 전 감독 체제에서 우승한 후 7년만이자 대표팀 통산 3번째로 동남아축구선수권 정상에 올랐다. 지난 2023년 5월 전북 현대에서 성적 부진으로 자진 사퇴, 꼭 1년만인 지난해 5월 베트남 지휘봉을 잡고 새로운 도전에 나선 김 감독은 부임 8개월만에 베트남 국민들에게 큰 선물을 안겼다.
김 감독은 "K리그에서 우승한 적이 있지만, 대표팀에서 이런 느낌을 받은 건 처음이다. 정말 감사하다. 국가대표로 우승하는 것이 더 큰 의미가 있다"며 "베트남 대표팀에서 처음 우승해 기쁘지만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 2026년 북중미월드컵 최종예선과 동남아시안게임(SEA)도 잘 치르겠다"고 밝혔다.
이번 우승은 '화려한 부활'이라는 측면에서 김 감독 본인에게도 큰 의미가 있었다. 선수, 코치, 감독을 거치며 전북에서 화려한 우승 경력을 쌓은 김 감독은 2021년과 2022년 K리그에서 2연패를 차지했지만, 2023년 성적 부진에 따른 팬들의 거센 퇴진 요구에 직을 내려놓은 바 있다. 베트남 매체는 경기 후 일제히 김 감독이 공약대로 경기장에서 코치진, 선수들의 환호를 받으며 '화끈한 힙합 댄스'를 췄다고 보도했다.
춤은 식사마 커리어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지난 2021년 전북에서 K리그 우승한 뒤 열정적인 댄스 퍼포먼스를 펼쳐 팬들의 눈을 즐겁게 한 바 있다.
김 감독은 베트남 팬을 위한 특별한 세리머니도 진행했다. 국기 금성홍기를 어깨에 두른 채 기자회견실에 나타난 것. 베트남 골키퍼 딘찌우는 태극기를 들고 입장했다. 박항서부터 김상식까지, 한국 축구와 베트남 축구의 긴밀한 관계가 느껴지는 장면이다.
딘찌우는 "한국 코치진이 베트남 축구에 기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 전에는 박항서 감독님이 계셨다. 김상식 감독님은 정말 좋은 분인 것 같다. 팀 목표를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항상 공평하게 훈련하며, 선수들이 대표팀에 공헌하도록 동기부여를 했다"고 감사를 표했다. 베트남 기자들은 '베트남이 챔피언, 대승리의 행복한 날에 호삼촌(호찌민)이 모인 것처럼'이라고 목청껏 노래를 부르고 춤을 췄다. 베트남 국민, 베트남 대표팀 선수단뿐 아니라 취재진도 우승을 즐겼다.
김 감독은 이번 대회를 위해 많은 계획을 세웠다고 했다. 출전 시간이 적었던 팜투안하이는 결승전에 깜짝 선발출전해 믿음에 보답하듯 전반 8분 귀중한 선제골을 터뜨렸다. 전반 28분 벤 데이비스에게 동점골, 후반 19분 수파촉 사라찻에게 역전골을 내준 베트남은 후반 37분 판사 헴비분의 자책골로 따라붙었다. 이미 경기가 기운 상황에서 후반 추가시간 응우옌 하이롱의 쐐기골이 터졌다. 베트남은 이번 대회에서 홈 이점과 김 감독의 꼼꼼한 지도력으로 7승1무, 역대 최고 성적을 거두며 라이벌 태국을 꺾었다.
미드필더 하이롱은 "내 인생에서 가장 의미있는 골이자, 결코 잊지 못할 골이다. 이 승리를 베트남과 함께 해준 모든 베트남 국민들에게 바친다"고 말했다. 경기 후 베트남 국민들은 거리로 뛰쳐나와 우승을 즐겼다. 금성홍기를 꽂은 오토바이와 자동차가 도로를 가득 메웠다. 흡사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대한민국 축구팬을 보는 것 같은 진풍경이 펼쳐졌다. 베트남 팬들은 이 순간을 오랫동안 기다렸다. '쌀딩크' 박항서 감독에 이어 또 다른 한국인 감독이 즐거움을 선물했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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