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HOF) 투표 역사상 단 1표가 부족해 만장일치에 실패한 선수는 두 명이다.
뉴욕 양키스의 영원한 '캡틴' 데릭 지터와 역사상 최고의 '컨택트 히터'로 꼽히는 스즈키 이치로다.
지터는 2020년 BBWAA(전미야구기자협회) HOF 투표에서 참가 기자 397명 가운데 396명의 지지를 받았다. 직전 연도에 양키스 동료였던 마리아노 리베라가 100% 득표율로 사상 첫 만장일치 의견으로 HOF에 헌액되자 지터도 은근히 기대를 걸고 있었다.
그러나 딱 1명의 기자가 그를 선택하지 않았다. 지터의 득표율 99.748%는 리베라에 이은 역대 2위의 기록. 당시에도 지터를 외면한 기자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지만, 지금까지도 해당 기자의 정체에 대해 밝혀진 것은 없다.
당시 지터는 "내가 얻은 모든 표를 들여다 봤다. HOF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많은 표를 얻어야 한다. 많은 기자들이 무엇인가에 동의하도록 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만장일치는 내가 마음에 둔 게 아니다. 그저 HOF에 뽑혀 영광이고 너무 기쁠 뿐"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하지만 그를 지지하지 않은 기자에 관한 질문이 끊임없이 나오자 "선수 뿐만 아니라 미디어 구성원들에게도 동일한 책임이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누가 나에게 표를 던지지 않았는지는 관심 없다. 짜증나는 것은 끊임없이 그 질문에 답해야 한다는 점"이라며 "그러나 내가 그 질문에 답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누구든 질문에 답해야 하는 것이 맞다고 하더라도, 나에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질문을 받는 것에 지쳤다"고 밝혔다.
이치로는 올해 HOF 투표에서 394명 중 393명의 지지를 얻어 역대 3위 득표율(99.746%)로 입후보 첫 해에 당당히 영광을 안았다. 그러나 단 1명의 기자는 이치로의 HOF 입성을 반대했다. 그 기자가 누구인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에 대해 역시 알려진 바는 없다.
이를 두고 미국과 일본 여론은 들끓었다. 해당 기자를 찾아내 퇴출해야 한다는 극단적인 의견까지 나왔다. 저명 칼럼니스트인 MLB 네트워크 존 헤이먼 기자는 자신의 SNS에 '이치로가 단 한 표 차이로 만장일치를 놓쳤다. 앞으로 나와주길 바란다, 이 멍청아(you numbskull)'라고 써 해당 기자를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그런데 BBWAA는 5일(한국시각) 이번 HOF 투표에 참가한 기자들의 지지 현황을 발표했다. 각 기자가 누구에 표를 던졌는지를 공개한 것이다.
헤이먼 기자의 경우 카를로스 벨트란, 마크 벌리, 펠릭스 에르난데스, 토리 헌터, 앤드류 존스, 지미 롤린스, CC 사바시아, 체이스 어틀리, 데이비드 라이트, 그리고 이치로를 선택했다. 최대 인원인 10명을 모두 택한 것이다. 주목할 것은 헤이먼 기자도 82.5%의 득표율로 헌액된 빌리 와그너를 지지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처럼 기자마다 의견이 다를 수는 있다.
하지만 394명 중 혼자만 "NO"한 경우는 얘기가 다르다는 게 일반적인 정서다. 이날 BBWAA가 공개한 기자는 총 321명. HOF 투표권을 행사한 394명 중 73명이 공개를 거절했다. 이치로를 지지하지 않은 기자도 자신의 정체가 노출되는 걸 원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치로는 지난달 24일 뉴욕주 쿠퍼스타운에서 열린 HOF 기자회견에서 자신을 거부한 기자를 향해 "많은 기자들로부터 표를 받았는데, 그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면서도 "그러나 기자 한 분은 나에게 투표하지 않았다. 그를 우리 집으로 초대해 함께 술 한잔 하고 싶다. 좋은 얘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아쉽다는 심정을 유쾌한 표현으로 드러냈다.
BBWAA는 2016년 회의에서 80대19의 압도적 찬성으로 기자별 HOF 투표 현황을 공개하는 규정을 마련했다. 그러나 HOF 관리위원회가 공개 여부는 기자 개인에게 맡겨야 한다고 제동을 걸어 원하지 않는 기자는 제외하기로 했다. 지터가 헌액될 당시 투표 참여자 중 결과 공개를 꺼린 기자는 82명이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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