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스포츠조선 정재근 기자] 8회 대타로 나와 141km 직구에 머리를 맞았다. 모두가 놀란 상황. 더그아웃에서 트레이너가 달려나와 상태를 살폈다. 투수가 퇴장 당했고, 타자도 당연히 교체될 줄 알았지만 툴툴 털고 1루로 걸어 나갔다. 소중한 한 타석이 그에게 더 남아 있었다.
9회 2사 3루 두 번째 타석. 헤드샷의 여파가 아직 남아 있었다. 그런데 좌측 담장을 훌쩍 넘어가는 110m 투런포를 쏘아 올렸다. 헤드샷 충격 때문에 어떻게 공이 날아갔는지 잘 기억도 나지 않았지만 그를 반기는 감독과 타격 코치의 입이 딱 벌어져 있었다. 지난해 마음 고생을 털어내는 의미있는 홈런이다.
10일 대구 라이온즈파크. 두산 백업포수 장승현이 6-5로 앞선 9회초 쐐기 투런포를 쏘아 올렸다.
장승현은 지난 시즌 1군에서 단 9경기밖에 출전하지 못했다. 오재원 때문이다. 장승현 등 두산 현역 선수 8명이 오재원의 강압과 협박에 의해 향정신성 약물을 대리 처방받아 전달한 것이 밝혀졌고, 8명의 선수가 모두 1, 2군 경기에서 제외됐다. 이 선수들 모두 시즌을 통째로 날려야 했다. 다행히 지난해 11월 열린 KBO 상벌위는 이들에게 사회봉사 80시간의 제재만 결정하며 올 시즌을 정상적으로 시작할 수 있게 됐다.
장승현은 3월 8일 청주에서 열린 시범경기 개막전에서 양의지에 이어 5회부터 포수 마스크를 썼다. 9일 경기에서도 7회부터 공을 받았다.
2013년 두산에 입단한 장승현은 2018시즌 1군에 데뷔했고, 2021시즌부터 본격적으로 백업 포수의 역할을 맡아오고 있다. 리그 최고의 포수 양의지의 뒤를 받치는 백업 포수. 장승현에겐 너무나 소중한 그의 자리다.
10일 헤드샷 후 두 번째 타석에서 장승현이 친 홈런은 여러모로 의미가 깊다. 복귀를 자축하는 홈런이자, 9시즌 동안 출전한 시범경기 통산 첫 홈런이기 때문이다.
장승현의 마음 고생을 잘 아는 이승엽 감독과 박석민 타격 코치가 누구보다 기뻐했다.
동료 선수들의 마음도 다르지 않았다. 다만 특별한 홈런에 걸맞는, 오직 한 번만 할 수 있는 세리머니가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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