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척=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정현우 122구 여파 때문?
키움 히어로즈 외국인 투수 로젠버그는 왜 완봉, 완투에 도전하지 않았을까.
키움은 9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LG 트윈스전에서 4대0 승리를 거뒀다. 3연패 탈출. 그리고 개막 후 10승1패로 파죽지세를 보이던 강팀 LG를 잡았다는데 의미가 있었다.
승리 일등공신은 선발 로젠버그. 6회 2사까지 퍼펙트 피칭을 하며 LG 타선을 압도해버렸다. 그가 잡은 삼진 수만 무려 13개. 히어로즈 역사상 한 경기 최다 탈삼진 공동 2위 기록이었다. 또 KBO 역대 38번째 선발 전원 탈삼진 기록 보유자로도 이름을 남기게 됐다.
8회까지 1안타 무실점. 투구수는 96개였다. 애매하기는 했지만 이날 제구가 워낙 완벽해 충분히 9회에도 마운드에 올라 완봉승을 노려볼 수 있는 상황이었다. 예상대로 로젠버그가 등판했다.
하지만 힘이 떨어졌는지 신민재, 오스틴에게 연속 안타를 맞았다. 그래도 4점의 여유가 있는 상황. 하지만 로젠버그는 마운드에 올라온 이승호 투수코치에게 미련 없이 공을 넘겼다. 그렇게 8이닝 무실점 승리에 만족해야 했다.
완봉, 완투 욕심은 없었을까. 로젠버그는 경기 후 "3회 끝나고, 5회 끝나고 퍼펙트 피칭을 하고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런데 잘 맞은 타구가 야수 정면으로 가기도 하고, 빗맞은 타구가 외야 애매한 곳에 떨어지는 게 야구라는 스포츠"라고 말하며 살짝 아쉬움을 표했다. 6회 2사 후 최원영의 바가지 안타에 퍼펙트가 깨졌던 로젠버그였다.
로젠버그는 이어 "8회 끝나고 코칭스태프는 나를 내리려 생각하시는 것 같더라. 그래서 내가 코치님께 '일단 올라가서 첫 타자를 막으면 이닝을 책임져보겠다'는 말씀을 드렸다. 코치님이 '2명 출루하면 내려오자'고 해주셨다. 그런데 신민재, 오스틴 선수가 굉징히 좋은 타격을 했다.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마무리 주승우가 경기를 잘 끝내줘 너무 고마웠다"고 말했다. 주자 2명 출루 후 강판은 이미 약속된 시나리오였다는 것.
키움은 '전체 1순위' 신인 정현우가 KIA 타이거즈와의 데뷔전 5이닝 승리 요건을 채우기 위해 무려 122개의 공을 던지게 했다 혹사 논란으로 곤욕을 치른 바 있다. 로젠버그는 절대 무리시키지 않았다. 옳은 결정이었다. 로젠버그의 힘이 떨어진 상황에서 문보경, 박동원, 송찬의 등 강타자들로 이어지는 LG 라인업을 감안했을 때 4점도 안심할 수 없다고 보는 게 맞았다.
로젠버그는 "나는 팀 유일한 외국인 투수다. 내 개인 기록보다,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던지며 팀에 계속 도움을 줄 수 있을지 그게 중요하다"고 의젓한 반응을 보였다.
고척=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