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위기'라는 단어가 낯설지 않은 한국 축구다.
아시안컵 실패 과정에서 깨진 원팀을 홍명보호 출범으로 가까스로 재건했고, 새 집행부 출범을 계기로 무너진 행정력 복원에도 시동을 걸었다. 그러나 내흥 속에 무너진 한국 축구의 기반이 언제 다시 갖춰질진 미지수다. 각급 대표팀 뿐만 아니라 프로, 아마추어 모두 세계는 커녕 아시아 무대가 벅찰 정도라는 게 최근 각종 대회에서 드러나고 있다. 행정력은 빠르게 복원한다고 해도, 상당한 시일이 걸릴 수밖에 없는 축구 외교가 언제 완성될지 장담하긴 어렵다.
무엇보다 무너진 팬심 회복이 시급하다. 싸늘하게 식은 팬심을 되살리지 못한다면 어떤 노력을 해도 헛수고에 지나지 않는다. 국제 대회 선전으로 얻은 '반짝 인기'가 해답이 될 수 없다는 건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모두가 아는 문제. '읍소'를 넘어 근본적으로 팬심까지 '원팀' 테두리 안에 넣을 수 있는 변화가 필요하다.
이웃 일본이 수 년째 진행 중인 선수-협회-팬 참여형 프로젝트는 꽤 주목해 볼 만한 포인트다.
일본축구협회(JFA)는 '연결되라, 모두의 꿈에'라는 표어 아래 크라우드펀딩을 수 년째 이어가고 있다. 일반 팬이 선수, 클럽, 심판까지 폭넓게 후원할 수 있는 무대. 하부리그 팀 숙소 이전, 구단 버스 리뉴얼, 시각장애 대표팀 훈련-경기 비용 마련, 초중고 팀 응원 등 다양한 분야를 지원한다. 축구 활동 지원을 원하는 이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고, 펀딩 금액에도 제한이 없다. JFA는 단순히 펀딩을 지원할 뿐만 아니라 유명 선수, 지도자들의 메시지 등을 넣어 팬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이런 크라우드펀딩으로 13일 현재까지 모인 금액은 약 2억3000만엔(약 23억원) 가량이다.
JFA는 기린, 도요타, 미즈호, 미쓰이 등 대기업 후원에 중계권료 수익까지 챙긴다. 올해 발표한 예산이 241억엔(약 2419억원)이다. 축구협회가 지난해 이사회에서 의결한 2025년 예산(2049억원)보다 많은 금액을 굴린다. 1년 예산과 비교할 때, 크라우드펀딩으로 쌓은 금액은 큰 의미가 없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팬들이 축구 발전, 협회 행정에 실제로 참여하면서 얻을 수 있는 성취감, 연대 의식에 주목할 만하다. 이런 기반이 결국 프로리그 활성화, 대표팀 및 협회 행정에 대한 지지로 이어질 수 있다. 대표팀, 최상위리그에 쏠린 관심을 하부, 아마추어까지 확대할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대한축구협회도 매년 팬 참여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사회공헌 단계일 뿐, 일본처럼 팬들이 선수, 구단을 지원하거나 행정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와는 차이가 있다. 행정-외교로 저변을 이끌어 가는 협회의 역할 과정에 팬들의 이해를 구하고 실제 참여할 수 있는 공론의 장이 생긴다면 보다 큰 효과를 얻을 수도 있다.
프로야구의 천만관중 시대도 결국 팬심이 만들어냈다. 다시 뛰어야 할 한국 축구 최고의 동력도 결국 팬심이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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