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한동훈 기자] 성공해도 때로는 욕을 먹는 게 투수교체다. 더그아웃 내부에서만 공유되는 정보가 있을 수도 있다. 그래서 겉에서 보이는 상황만 가지고 왈가왈부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6점차' 필승조 운용은 이례적이기 때문에 한 번 짚어볼 만하다.
두산은 18일 잠실 KIA전 7대1로 완승했다. 넉넉한 승리이지만 7회초까지 3점 차였다. 사실상 접전 승부였으며 KIA가 불펜 A조 투입을 포기하고 나서 벌어진 경기이다.
두산은 7-1로 6점 앞선 8회초, 필승조 이영하를 올렸다.
이 장면만 놓고 보면 의아하다. 필승조는 보통 리드 폭이 3~4점차 이내일 때, 경기 흐름에 따라 5점차 까지도 나오기도 한다. 대개 6점차는 필승조를 아끼는 상황으로 볼 수 있다. 시즌 초반이고, 굳이 넉넉한 상황에 체력을 소모했다가 나중에 정작 중요한 시기에 힘을 발휘하지 못하면 곤란하다.
하지만 이번 사례는 이영하를 충분히 올릴 만했다. 경기가 갑자기 급박하게 돌아갔다.
선발투수 콜 어빈이 4-1로 쫓긴 7회초, 1사 후에 2루타를 맞았다. 두산은 이때까지 1점씩 짜내면서 간신히 점수 차를 벌려왔다. 7회부터는 어빈이 언제 교체될지 모르기 때문에 필승조는 전원 스탠바이다.
최지강 이영하가 먼저 몸을 풀었다. 두산이 더 도망가지 못하면 7회부터 최지강 이영하에 9회 김택연으로 마무리하는 수순이다. 최지강이 만회점을 허용했다면 이영하가 7회에 바로 붙을 수밖에 없다. 이영하는 이미 올라갈 준비까지 다 마쳤다.
최지강이 7회를 무난하게 넘기면서 1차 적생경보가 해제됐다. 8회초는 당연히 이영하 차례다.
그런데 7회말 두산 공격 때 상황이 또 변했다. 케이브의 적시타로 5-1이 됐다. 잠시 후 양석환의 2타점 2루타까지 터지면서 승부가 사실상 기울었다.
하지만 점수가 갑자기 벌어지면서 다른 투수들이 몸을 완전히 풀기에는 시간이 다소 촉박했다.
이영하를 아끼자고 팔이나 어깨가 덜 풀린 선수를 점수 차에 따라 기계적으로 올릴 수는 없다. 부상 위험이 있고 혹시나 2점 3점을 주게 되면 결국에 이영하는 물론 김택연까지 나와야 한다. 3연전 첫 경기인만큼 누를 때 확실히 눌러야 한다. 경기 막판 혹여나 타격감 살려줬다가 이득 될 것이 없다.
또한 이영하는 12일 등판 이후 5일이나 쉬었다. 불펜에서 준비를 다 끝낸 이상 마운드에 올라가서 던져야 컨디션이 유지되는 투수들도 있다.
상황이 안정화가 된 9회 6점차에도 마무리 김택연이 올라왔다면 논란일 수 있다. 두산은 9회에 신인 홍민규에게 경험치를 주면서 승리를 지켰다. 8회 이영하 등판은 충분히 납득할 만한 운영이다.
잠실=한동훈 기자 dh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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