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오후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영국 밴드 '콜드플레이'의 내한 공연 현장.
흥이 오른 관객들이 발을 구르는 사이, 한 여성이 다른 관객들을 향해 입술을 달싹이며 손가락과 손등, 손바닥을 빠르게 움직였다. 바로 수어 통역사다.
오는 25일까지 모두 여섯 차례 공연하는 콜드플레이는 무대가 잘 보이는 '스탠딩 구역'에 청각장애인 공간을 만들고 수어 통역사를 배치하고 있다.
이날은 총 3명의 통역사가 자리했다. 소리는 잘 듣지 못 하지만 공연을 즐기러 온 팬들을 위해 가사뿐 아니라 현장 분위기 등을 전달했다.
공연장을 찾은 농인 김유진(38)씨는 "멤버들이 하는 말까지 다 수어로 통역해줘 더욱 몰입할 수 있었다"며 "청인(농인이 아닌 사람)들과 동등하게 즐길 수 있었던 공연은 오랜만"이라고 말했다.
콜드플레이는 공연에 온 농인과 난청인을 위해 '웨어러블 조끼' 역시 제공했다고 청각장애인 지원단체 '사랑의달팽이'는 전했다. 이 조끼는 드럼이나 베이스 같은 낮은 음역을 진동 형태로 몸에 전달해준다.
해외에서는 콘서트장의 수어 통역이 지난 수년간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지난 2월 미국프로풋볼(NFL) 결승전인 '슈퍼볼' 하프타임 공연 때도 수어 통역사 2명이 가수 켄드릭 라마의 빠른 랩을 생생하게 통역해 반향을 불렀다.
국내에서는 방탄소년단(BTS)을 시작으로 아이유 등이 콘서트에 수어 통역을 제공하고 있지만 아직 청각장애인의 문화 접근성을 높이기에는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농인 임서희(33)씨는 "대부분의 콘서트는 간곡히 요청해도 수어 통역이나 자막을 제공하지 않는다"며 "공연장에 가도 공연을 '지켜봤다'는 느낌을 받게 되고 비슷한 경험이 반복되다 보니 점점 콘서트를 안 가게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기준으로 대중음악·연예 행사를 경험한 장애인은 6%에 불과하다.
임씨는 "수어 통역 배치는 청각장애인의 문화 접근성과 문화 향유권 확대를 위해 매우 중요한 문제"라며 "진동이나 소리 감지를 돕는 기기를 제공하거나 영상 등 시각적 요소를 강화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ys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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