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꿈의 타율' 앞에서 가슴이 웅장해진다.
메이저리그(MLB) LA다저스 김혜성(26)이 드디어 '꿈의 4할 타율'을 찍었다. 물론 데뷔 초반 타석수가 적을 때 벌어진 현상일 뿐이긴 하다. 그래도 눈 앞에 펼쳐진 '타율 4할'은 가슴을 웅장하게 만든다. 더불어 김혜성의 메이저리그 체류기간을 늘리는 알짜배기 효과도 있다. 김혜성이 빅리그 3경기 연속 안타를 이어가며 뛰어난 적응력을 보여줬다.
김혜성은 8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 파크에서 열린 마이애미 말린스와의 2025시즌 원정경기에 8번 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2안타로 시즌 두 번째 멀티히트 경기를 달성했다. 1타점과 1득점을 곁들였다.
이로써 김혜성은 지난 6일부터 열린 마이애미와의 원정 3연전에서 모두 선발로 나와 매 경기 안타를 쳐내며 쾌조의 타격감을 과시했다. 덕분에 김혜성의 시즌 타율은 0.417(12타수 5안타)로 급등했다. 출루율도 0.417에 OPS는 0.834가 됐다.
이제 겨우 선발 3경기에 12타석 밖에 소화하지 않은 탓에 스탯의 숫자들이 주는 무게감은 크지 않다. 그래도 김혜성이 하위 타순에 선발로 나와 꾸준히 1, 2개씩 안타를 치고 있다는 페이스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하위 타순에서 분명 큰 활력소가 되고 있다. 선발 3경기 중에서 2경기에 멀티히트를 기록했다는 건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페이스다.
더구나 하위타순 김혜성의 타격이 빅이닝의 시발점이 됐다는 점이 중요하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을 비롯한 LA다저스 코칭스태프가 김혜성에 대해 좋은 평가를 내릴 수 있는 중요한 장면이다.
이날 김혜성은 경기 초반에는 상대 우완선발 발렌테 벨로조에게 철저히 막혔다. 3회초에는 1루수 땅볼, 5회초에는 중견수 뜬공으로 각각 물러나며 안타를 치지 못했다.
김혜성 뿐만 아니라 다른 다저스 타자들도 벨로조를 공략하지 못했다. 6회 1사까지 벨로조에게 안타 1개 밖에 뽑아내지 못하며 철저히 봉쇄당했다.
하지만 6회 1사 후 벨로조가 마운드에서 내려가면서부터 막혀 있던 다저스 타선이 터지기 시작했다. 벨로조에 이어 마운드에 오른 케이드 깁슨이 첫 상대인 오타니 쇼헤이에게 우익선상 3루타를 얻어맞았다. 이어 무키 베츠를 볼넷으로 내보냈다. 계속된 1사 1, 3루 위기에서 프레디 프리먼이 좌전 적시타로 선취점을 뽑았다. 다만 계속된 1사 1, 2루에서 앤디 파헤스가 병살타를 치며 추가득점은 하지 못했다.
그러나 다저스 타선은 다음 공격이닝에서 곧바로 대량 득점을 뽑아내며 승기를 잡았다. 그리고 이 대량득점의 시발점을 마련한 게 바로 김혜성이었다.
김혜성은 7회초 1사 1, 2루 찬스 때 이날 세 번째 타석에 들어섰다. 마운드에는 마이애미 세 번째 투수 레이크 바처가 나와 있었다. 김혜성은 바처의 초구 바깥쪽 포심(94.8마일) 스트라이크를 지켜본 뒤 2구째 가운데로 떨어지는 슬라이더를 가볍게 받아쳐 좌측 외야로 보냈다. 2루 주자 제임스 아웃맨이 빠르게 홈에 들어왔고, 김혜성은 홈 송구 플레이 사이에 2루까지 내달렸다. 김혜성의 시즌 2호 타점 장면이었다.
김혜성의 적시타 이후 다저스 타선이 대폭발했다. 1사 2, 3루에서 오스틴 반스를 삼진으로 잡은 바처는 오타니를 고의 4구로 내보내고 2사 만루 상황을 만들었다. 하지만 승부를 걸려던 베츠에게 또 볼넷을 허용하며 밀어내기로 1실점했다.
여기서부터 바처가 급격히 무너졌다. 계속 이어진 2사 만루에서 프리먼에게 주자일소 3루타를 얻어맞았다. 이때 3루에 있던 김혜성이 홈을 밟아 득점까지 성공했다. 계속해서 2사 3루 때 앤디 파헤스도 바처에게 좌전 적시타를 뽑아내며 7-0까지 스코어를 벌렸다. 다저스가 7회에만 6점을 뽑아 승기를 굳힌 순간이었다. 물론 그 시발점은 김혜성의 좌전 적시타였다.
빅이닝의 시초가 된 적시타로 자신감을 회복한 김혜성은 8회초 1사 1루 때도 우전 안타를 날리며 멀티히트 경기를 완성했다. 마이애미 네 번째 투수 로니 에르난데스의 스위퍼(86.5마일)을 잡아당겨 우전안타를 만들었다.
하지만 여전히 수비에서 개선점도 드러냈다. 중견수로 선발 출전했던 김혜성은 7회말 수비 때부터 2루수로 위치를 이동했다. 그러나 9회말 수비 때 송구 실책을 범했다.
마이애미 선두타자로 나온 로니 심슨의 날카로운 타구를 힘겹게 잡는 데는 일단 성공. 그러나 심슨을 잡으려 1루 송구를 서두르다 잘못 던졌다. 그 사이 심슨은 2루까지 진루했다. 김혜성의 메이저리그 첫 실책이었다. 이후 3루수 맥스 먼시도 송구 실책을 하는 바람에 무사 2, 3루까지 몰렸다. 하지만 다저스 불펜은 이 위기를 1실점으로 막아내며 10대1 대승을 지켰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