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살아남았다. 하루 등판 후 다시 2군으로 내려갈 운명이었던 최채흥이 1군에 남았다.
LG 트윈스는 9연전을 마친 두 휴식일인 8일 엔트리 변경을 하지 않았다. 보통 휴식일엔 1군에서 제외할 선수를 먼저 말소하고 경기를 시작하는 다음날 1군 콜업이 이뤄진다. 8일엔 롯데 구승민, 두산 김민석, 삼성 안주형 정민성, 키움 김웅빈 박수종 등 6명이 1군 엔트리에서 빠졌다.
그러나 LG는 엔트리 말소가 없었다. 전날 선발 등판했던 임시 선발 최채흥이 2군으로 내려가지 않고 1군에 살아남았다는 의미다.
최채흥은 7일 잠실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원정경기서 선발등판해 4이닝 동안 3안타 1볼넷 4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투구수가 57개이기 때문에 최소 이틀 정도는 등판할 수 없는 상태라 1군에 계속 두지 않는다면 8일에 말소될 가능성이 높다. 8일 2군으로 내려가지 않았다는 것은 1군에서 계속 던질 정도의 피칭을 했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LG 염경엽 감독은 최채흥의 등판을 예고하면서 부진할 경우 바로 불펜을 가동할 것이라는 냉정한 발언을 했었다. 최채흥에게 선발 기회를 주지만 이전 대체 선발로 나섰던 김주온이나 이지강처럼 오래 보지 않을 것이라고 한 것. 8일이 휴식일이라 불펜을 총동원할 수 있기 때문에 고민하지 않고 최채흥이 초반이라도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 바로 바꾸겠다고 했다.
최채흥으로선 1회부터 전력으로 막아야 했다. 퓨처스리그에서 3번의 선발 등판을 했는데 두차례 부진을 보인 뒤 최근에 던진 4월 25일 삼성전서 5이닝 3안타(1홈런) 8탈삼진 1실점의 호투를 하고서 선발 기회를 얻었다. 커브를 빠르고 느린 두가지로 던지며 완급 조절을 하게 됐고, 체인지업이 좋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1군에서 통한다는 보장은 없었다.
염 감독은 경기전 최채흥에 대해 "오늘 던지면 2군으로 내려간다"면서도 "잘 던지면 계속 1군에 남을 수도 있다"라고 일단 피칭을 지켜 보겠다는 뜻을 보였다.
그런데 최채흥은 기회를 살렸다. 4회까지 단 1안타만 내주는 완벽투를 펼치며 2020년 11승을 거둔 경력자의 면모를 보였다. 최고 142㎞의 직구와 120~130㎞대의 슬라이더와 체인지업, 100~110㎞대의 커브로 구속의 차이를 이용한 완급 조절을 하면서 안정된 피칭을 했다.
2-0으로 앞선 5회말을 넘기면 승리투수 요건도 갖출 수 있었지만 아쉽게 넘기지 못했다. 선두 양석환에게 볼넷을 내주고 이후 오명진과 강승호에게 연속 안타를 내줘 1실점하고 무사 2,3루의 위기에 몰렸고 곧바로김진성으로 교체됐다. 김진성이 이 위기를 무실점으로 넘기면서 최채흥의 실점이 1점으로 끝났다.
최채흥은 두산의 왼손 타자들을 상대로 좋은 피칭을 했다. 오명진에게만 강습 내야 안타를 하나 내줬을 뿐 타격 4위의 케이브에게 삼진 2개를 잡아냈고, 좋은 타격감을 보여주고 있던 정수빈도 내야 땅볼과 삼진, 거포 김재환을 내야 땅볼과 삼진으로 잡아내면서 8타수 1안타 4탈삼진의 좋았다.
LG가 왼손 불펜 요원이 이우찬 뿐인 상황이라 최채흥이 1군에서 왼손 타자 상대의 불펜 투수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 선발이 무너졌을 때 2~3이닝을 막아주는 롱릴리프 역할도 가능하다.
당초 지난 2일 잠실 SSG전 선발로 내정됐다가 1일 한화전이 우천 취소되면서 선발 기회가 날아갔다가 다시 얻은 단 한번의 기회를 최고의 피칭으로 잡아냈다.
'왼손 임찬규'로의 변신을 성공적으로 시작한 최채흥이 이제 임찬규와 함께 1군에서 함께 LG에서 지내게 됐다. 친정인 주말 대구에서 열리는 삼성 라이온즈와의 3연전에서 옛 동료들과 상대할 가능성도 있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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